혐오 표현 여과 없는 SNS 환경
사운드클라우드, 유통사 안거치고 누구나 음원 등록
여가부의 사후 심사도 없어 온갖 선정적 노래 넘쳐나
전문가 “콘텐츠 제작자로의 책임감·윤리 가르쳐야”
![](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5/news-p.v1.20250205.1258cd2a51a94f8abcb4368a15d4dd9b_P1.webp)
“욕 대박이다, 멜론에 발매해줘.” “신곡 기다립니다.”
해외 음원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에 등록된 한 노래에는 ‘×× 멋있다’ ‘이게 진짜 힙합이다’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본인을 ‘09년생 래퍼’로 소개한 만 16세 청소년이 올린 이 노래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심지어 어머니의 성기에 대한 성적 비하 등이 난무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멜론, 지니 등 다른 유명 음원 사이트(플랫폼)와 달리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음원을 등록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등록된 음원은 법적으로 정식 발매된 음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여성가족부의 사후 심사조차 받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19금’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이 사이트는 온갖 선정적인 노래들로 넘쳐났다. 여성의 신음으로 가득한 한 음원은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음원은 5만8천회 재생됐으며 62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비속어와 잔인하고 성적인 묘사가 포함된 노래일수록 많은 댓글이 달렸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노래를 만들고 듣는 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더 자극적인 노래일수록 ‘멋지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음악을 같이 만들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온 성적인 노래에 대해 함께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댓글이 달렸다. /사운드클라우드 갈무리](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5/news-p.v1.20250205.0dc8acfac7c74760bfad7f6e696ed8df_P2.webp)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이 만든 노래를 올렸다는 김모(20·여)씨는 “내가 만든 노래에 대해 사람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극적인 노래를 만든 적은 없지만 친구들 중에는 성적인 노래를 올려 인기를 얻은 이들도 있었다”며 “댓글 등 호응이 좋으면 음원 유통사가 먼저 음원을 정식 발매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이 만든 노래, 영상 등 창작물을 온라인 공간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선정적이거나 혐오 표현을 담은 노래들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쉽게 퍼져나가고 있다. 청소년들은 사운드클라우드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SNS에 혐오 표현과 욕설이 가득한 음원을 업로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선정성, 유해성에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 보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관계자는 “누구나 음원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가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청소년에게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책임감과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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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