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민심, 갈길 잃은 변전소

 

하남·남양주·부천·광주시 등

사업주체와 갈등에 ‘지지부진’

님비현상 맞물려 집단 시위도

수도권 전력공급 차질 가능성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지자체 곳곳에서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사업주체와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들이 잇따라 멈춰 서고 있다. 사진은 사업 추진이 중단된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 동서울변전소. 2025.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지자체 곳곳에서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사업주체와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들이 잇따라 멈춰 서고 있다. 사진은 사업 추진이 중단된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 동서울변전소. 2025.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들끓는 민심에 경기도 내 변전소 설치 사업들이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특고압(154㎸) 변전소 설치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결사 반대’에 나서면서 추진 계획마다 급제동이 걸리고 있어서다. 주민과의 사전 교감 없는 일방적 추진과,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이롭지 않다는 ‘님비 현상’ 등이 맞물린 탓이다. 수도권 전력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지자체 곳곳에서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사업주체와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며 대규모 집단시위로 이어졌다. 하남·남양주·부천·광주시 등이 대표 사례다.

한전은 하남 감일동 일대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하고 HVDC(초고압 직류송전 시스템) 변환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오는 2026년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2023년 12월 ‘GB관리계획변경’에 대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후 지난해 3월 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도 신청했다.

하지만 전자파 우려와 HVDC 변환소 반대 민원이 주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되는 등 갈등이 커지자 하남시는 지난해 8월 건설 불가를 통보,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같은해 12월 한전이 하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한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8개월이 지연되고 2천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광주에서는 초월읍과 성남 등 인근 변전소 부하 증가로 인해 한전이 추진 중인 남한산성면 상번천리 154㎸급 옥내형 ‘번천변전소’가 난항을 겪고 있고, 남양주에서는 호평동·평내동 일대 5곳 총 사업 면적 2천984㎡에 154㎸ 신규변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했다가 강한 주민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지자체 곳곳에서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사업주체와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들이 잇따라 멈춰 서고 있다. 사진은 사업 추진이 중단된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 동서울변전소. 2025.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지자체 곳곳에서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사업주체와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들이 잇따라 멈춰 서고 있다. 사진은 사업 추진이 중단된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 동서울변전소. 2025.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부천에서는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와 (가칭)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주식회사가 GTX 전기공급을 목적으로 상동호수공원에 지하 3층 154㎸ 규모의 변전소를 설치하는 계획을 공개, 시와 주민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토부는 반발이 거세지자 대체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시 관계자는 “전자파 등 주민 피해가 우려됨에도 정작 주민의 의사조차 묻지 않다 보니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것”이라며 “지자체 역시 국가적 사업이라 해도 주민 의사에 반하는 일방 추진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업 주체들은 수도권 전력공급 차질 우려 등을 들어 설치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전 및 HVDC건설본부 측은 “전력 수요 급증으로 변전소 등의 사업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계통망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2011년도 대정전’ 사례처럼 블랙아웃(대정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천/김연태·문성호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