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농사 짓던 조선인에 절기 중요, 실학자들 ‘하늘 탐구’ 계기

보물 ‘혼개통헌의’ 등 천체·시간 관측기구 전시… 수학 발전 엿보여

경기북부 3곳 등 참여형 콘텐츠·문화소외층 아울러 전시 23일까지

‘똑딱똑딱! 해, 달, 별’전 모습.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똑딱똑딱! 해, 달, 별’전 모습.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조선시대에는 시간과 절기를 어떻게 알았을까?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실학’을 빼놓을 수 없다. 실학은 현실성, 실용성, 진정성을 강조하는 학문으로 실속 없이 겉만 꾸미는 ‘허학’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농업을 중시하던 조선시대 사람들. 이들에게 절기를 알고 농기를 예측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는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하늘의 움직임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학자들은 하늘의 해, 달, 별이 변화하는 양상을 기록했고 시간을 계측하는 기구까지 만들었다.

실학박물관 소장 보물인 혼개통헌의.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실학박물관 소장 보물인 혼개통헌의.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실학박물관은 이런 당시의 모습을 담은 ‘똑딱똑딱! 해, 달, 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상설전시실 2층에 자리한 전시는 하늘에 뜬 해와 달, 별을 주제로 한 천체와 시간을 관측했던 기구를 다룬다.

전시장에선 실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보물 혼개통헌의가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혼개통헌의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유금이 만든 천문시계로,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로라브’를 국내 사정에 맞게 바꾼 것이다. 혼개통헌의 원판에선 별의 위치와 시간을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돼있는데 이는 조선의 수학과 천문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해시계와 달시계 모형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전시 내용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참여형 콘텐츠에도 눈길이 간다.

‘똑딱똑딱! 해, 달, 별’전에 마련된 참여형 콘텐츠. 전시 내용을 토대로 OX퀴즈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똑딱똑딱! 해, 달, 별’전에 마련된 참여형 콘텐츠. 전시 내용을 토대로 OX퀴즈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전시장 한편에 있는 OX 퀴즈는 해, 달, 별을 주제로 한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데, 관람객들에게 지식을 쌓으며 정답을 찾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문화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전시라는 기획 의도 역시 의미를 더한다. 전시장 끄트머리에 놓인 묵점자책 ‘만지며 읽는 쉬운 해설’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마련됐다. 25쪽 분량의 해설집은 실학자들이 개발한 다양한 천문 관측기구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성연 학예사는 “수차례 검수를 받을만큼 신경썼던 부분”이라며 “장애인도 다함께 전시를 몸소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똑딱똑딱! 해, 달, 별’ 전 한편에 마련된 묵점자책 ‘만지며 읽는 쉬운 해설’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똑딱똑딱! 해, 달, 별’ 전 한편에 마련된 묵점자책 ‘만지며 읽는 쉬운 해설’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상대적으로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경기북부 3곳에서 같은 주제로 전시가 이뤄졌다. 먼저 남양주 화봉초등학교에선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해를 주제로 조선의 해시계 기술을 보여주는 앙부일구와 휴대성을 고려해 만든 휴대용 앙부일구를 만날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남양주 정약용도서관에선 달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려 혼천의를 선보였고, 지난달 7일까지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는 별을 주제로 한 전시와 함께 별시계인 혼개통헌의와 금동천문도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