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끝에 송도동 행정체제 개편 공감대

지역커뮤니티 “찬성한다면 조치 취해달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분구’를 두고 기초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공방 끝에 송도동에 대한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는데, 앞으로 송도 분구를 위한 논의가 시작될지 주목됩니다.

“송도 분구 반대한 적 없어” vs “찬성한다면 적극 추진해야”

13일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송도국제도시 분구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의 구상대로 1년 안에 송도 분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25.2.13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13일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송도국제도시 분구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의 구상대로 1년 안에 송도 분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25.2.13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지난 13일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 분구를 반대한 적 없다”며 “분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인천시가 발표한 ‘지역행정체계 개편안’에 대해 “연수구 분구 논의가 명시되지 않은 부분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당시 입장을 밝혔다고도 했습니다.

이 구청장이 송도 분구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유는 지난달 16일 신년 간담회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이 구청장은 송도 분구 관련 질문에 대해 “원칙대로 가는 게 맞습니다. 분구가 된다고 보십니까? 기자분들은 (송도)특별자치구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적극적으로 송도 분구를 추진해온 지역구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구청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연 말을 바꿔 송도 분구를 반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치적 발언으로 주민을 분열시킬 거라면 구청장직에서 사퇴하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이 구청장은 ‘송도 분구 관련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 분구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며 “정 의원이 송도 분구와 관련한 대화와 협력을 요청한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송도특별자치구 설치법’ 실현 가능성?

인천 연수구 행정 구역 지도. /연수구 제공
인천 연수구 행정 구역 지도. /연수구 제공

국민의힘 소속인 이 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도 분구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 의원이 발의한 ‘인천시 송도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연수구 원도심을 제외한 송도동을 따로 떼어내 특별자치구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법안 시행일을 다음 해 7월 1일로 정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현재 연수구는 ‘행정구역 실무편람’에 따른 분구 검토 기준인 인구 50만명을 넘지 못했으며 송도구를 설치할 경우 잔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를 폐지·분합할 때는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구청장은 “국회 행안위가 지적한 행정 절차를 모두 거치기 위해선 3~6년이 소요된다”며 “관련 법안을 1년 안에 통과시켜 송도 분구를 앞당기겠다는 정 의원의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과 함께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언급했습니다. 이 구청장은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박 의원이 아무런 대책 없는 ‘던지기식’ 송도 분구에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박 의원을 향해 송도 분구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법안 찬성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송도 주민들 “둘 다 분구 찬성한다면, 후속 조치 나서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은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을 향해 “송도특별자치구 설치에 대해 비판하고 변명하며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송도 분구를 신속히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경인일보DB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은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을 향해 “송도특별자치구 설치에 대해 비판하고 변명하며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송도 분구를 신속히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경인일보DB

정 의원은 13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 구청장에 대해 “본질을 흐려 싸움만 붙일 뿐 실질적인 대안은 없는 것이냐”며 “송도특별자치구 설치에 대해 비판하고 변명하며 주민들에게 혼란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송도 분구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분구에 찬성한다면 시민, 국회의원, 연수구 등이 모인 ‘송도특별자치구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다음 달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이 구청장과 정 의원에게 송도 분구를 위한 준비를 조속히 시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송도국제도시 지역 커뮤니티인 ‘올댓송도’와 ‘송도국제도시맘’ 등으로 구성된 송도시민총연합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이재호 구청장과 정일영 국회의원 모두 송도를 별도의 행정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말만 하지 말고 송도 분구를 위한 조치를 시작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