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한강·방화대교 야경… 장군님 모르게 ‘시간의 벽’ 허물다

 

탁트인 일출·일몰 명소 수변데크 산책길 사계절 운치

최근 대첩기념관 재개관… 전통놀이·국궁체험 공간도

3월 행주대첩제 시작 연이은 축제… 불꽃드론쇼 ‘백미’

2자유로 연결 진입로 개통… 관광인프라 개선도 나서

방화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행주산성의 야경. /고양시 제공
방화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행주산성의 야경. /고양시 제공

수도권에서 일출과 일몰의 전경이 최고로 아름다운 곳.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 근교 관광명소이자 역사를 따라 걷는 산성 여행, 고양 행주산성.

야간축제 ‘행주가(街) 예술이야(夜)’가 개최되는 행주산성은 높이 124m의 덕양산에 위치한다. 탁트인 한강의 경관과 함께 솟아오르는 태양을 감상할 수 있는 해돋이 명소다. 행주산성은 매년 1월1일,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부터 대첩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해질녘 덕양정에서 한강 너머로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특별한 볼거리다. 붉게 물든 하늘 사이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면 어두워진 밤하늘에 둥근 해 대신 방화대교가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강바람 맞으며 한강하구 수변데크 산책길에 닿을 수 있는 행주산성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의 운치가 다르다. 사적 제56호로 지정된 행주산성은 권율장군이 왜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 행주대첩이 벌어진 임진왜란 3대 대첩지 중 하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삼국시대에 축조된 석성과 토성의 이중구조를 엿볼 수 있고 덕양산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한강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을 벗어나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끝자락을 만끽하기에는 행주산성이 제격이다.

행주산성 정상에 우뚝 선 대첩기념비. /김기용 사진작가 제공
행주산성 정상에 우뚝 선 대첩기념비. /김기용 사진작가 제공

■ 생생한 역사공부 후 민속놀이·국궁체험… 정상에선 탁트인 경관이 한 눈에

행주산성은 세 개의 문으로 구성된 대첩문부터 시작된다. 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임진왜란의 영웅, 권율장군 동상이다. 당시 권율장군은 관군 2천300명과 의병, 승군, 여성 등을 이끌고 3만 명의 왜군에 맞서 대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율장군 동상을 지나면 널찍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봄이 되면 산책로에는 철쭉, 개나리, 벚꽃 등 봄꽃이 만개한다. 특히 ‘살구나무 행(杏)’자를 쓰던 행주동 옛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산성 주변은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왼편에 마련된 쉼터, 살구꽃동산에서는 잠시 쉬어가며 투호놀이, 윷놀이 등 전통놀이도 즐겨볼 수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능선을 따라 걷기 좋은 토성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권율장군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가 등장한다.

충장사로 이어지는 나무터널은 가을에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화려한 빛깔로 물들어 단풍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 개관한 행주대첩 기념관. /고양시 제공
최근 개관한 행주대첩 기념관. /고양시 제공

산책로를 다시 오르면 지난달 재개관한 대첩기념관이 보인다. 내부에서는 행주대첩 역사와 화차, 신기전 같은 무기들을 살펴볼 수 있다. 치열했던 12시간의 행주대첩을 6분 안에 담은 실감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전투 현장으로 빠져들고 직접 조선군 병사가 돼보는 인터랙티브 게임에 참여하면 병사들의 함성도 귓가에 생생히 들려온다.

대첩기념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덕양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높이 15.2m의 행주대첩비와 대첩비각이 우뚝 솟은 정상에 올라서면 한강과 북한산, 자유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경관이 펼쳐진다.

되돌아오는 길엔 최근 새롭게 단장해 다목적 교육장으로 변신한 충의정을 지나 고즈넉한 토성길로 내려와도 좋고 진강정을 지나 데크길로 된 행주산성 역사누리길을 좀 더 걸어봐도 좋다. 대첩문 오른편 충훈정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 일요일이면 국궁체험을 운영하니 잠시 들러본다면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행주산성 대첩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권율장군 동상. /김기용 사진작가 제공
행주산성 대첩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권율장군 동상. /김기용 사진작가 제공

■ 상반기 행주대첩제 등 3개 축제 연달아 개최… 내달부터 야간개장

매년 축제 기간, 행주산성 곳곳에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3월14일이면 충장사에서는 충장공 권율 도원수와 애국선열들을 추모하는 행주대첩제가 열린다. 행주대첩 430주년을 맞은 2023년에는 1998년 도난당했던 권율장군의 영정을 새로 제작해 봉안하는 고유제가 열리기도 했다.

‘행주가 예술이야’ 기간 빛조명을 밝힌 행주산성 산책로. /고양시 제공
‘행주가 예술이야’ 기간 빛조명을 밝힌 행주산성 산책로. /고양시 제공

행주산성의 밤은 낮과는 또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야간축제 ‘행주가(街) 예술이야(夜)’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살구꽃 피는 행주’를 주제로 4월11일에서 27일까지 열리며 국가유산 야행 사업에 선정돼 더 풍성한 모습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축제가 열리면 산성 곳곳은 형형색색 빛조명으로 물들고 산책로는 이야기 길로 변신한다. 특히 충의정에서는 미디어파사드와 함께 가야금이 울려퍼지는 고풍스런 산성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옛 성터를 거니는 달빛여행도 즐길 수 있다.

또 3월에서 10월까지 매주 둘째, 넷째주 토요일 야간개장 기간에는 붉게 물든 저녁노을과 방화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으니 때맞춰 방문해 보아도 좋다.

이승재 시 교육문화국장은 “인근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는 오는 5월23일부터 25일까지 올해로 37회를 맞이하는 고양행주문화제가 열리는데 투석전을 비롯해 사물놀이, 국악 등 각종 공연과 체험, 먹거리 장터 등도 풍성하게 준비된다”며 “불꽃놀이와 함께 드론이 행주대첩 대표 이미지를 선보이는 불꽃 드론쇼는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백미다”고 설명했다.

행주산성 주변 산책로 전경. /고양시 제공
행주산성 주변 산책로 전경. /고양시 제공

■ 지난달 제2자유로 연결 진입로 개통… 한옥마을, 행주나루 조성도 기대

행주산성 근처에는 잔치국수나 장어,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촌이 자리잡고 있다. 행주산성역사공원에는 지난해 말 대덕생태공원과 고양한강공원, 장항습지까지 이어지는 수변데크길이 개통돼 식사를 마치고 한강을 조망하며 함께 둘러보기 안성맞춤이다.

행주산성은 자유로나 제2자유로를 타면 수도권에서 쉽게 닿을 수 있다. 지난달 행주로와 제2자유로를 연결하는 서울 방면 진입로가 개통됐고 향후 파주 방면도 개통한다. 총 230면의 제1·2주차장을 갖추고 있고 대중교통으로는 화정역이나 능곡역에서 버스로 방문할 수 있다.

지난해 노약자나 장애인, 영유아 동반객들을 위해 운영한 행주산성 순환 전기 관람차는 올해도 운영이 계획돼 있다. 시가 행주산성 일원 한옥마을과 한강 리버버스와 연계한 행주나루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관광인프라 조성도 기대된다.

이동환 시장은 “행주산성은 고양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며 “행주산성의 고유한 콘텐츠를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주변 관광자원을 활용해 행주산성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