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팬들 입장에선 연고 이전에 한 맺혀
FC서울은 “연고 복귀인데” 불편한 기색
K리그2 새출발 창단 11년만에 우승 저력
울산도 잡아… 22일 경기 응원열기 활활
프로축구 K리그1 FC안양과 FC서울이 2025 시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K리그1 개막 전부터 연고 이전 논쟁이 불 붙은 것이다.
지난 13일 열린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지난 2004년 2월2일, 안양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하면서, 안양시민과 팬들의 아픔과 분노를 일으켰고 이후 2013년 2월2일 창단해 K리그2에 참가하게 됐다”며 “11년만에 승격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연고지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에 김기동 FC서울 감독도 “유병훈 감독께서 연고 이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연고 복귀라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며 “감독이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 연맹에서 정리해서 어떻게 진행됐는지 밝히는 게 먼저”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 안양과 서울의 앙숙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FC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황소축구단은 지난 1983년 충청도를 연고로 탄생했으며 이후 1990년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LG치타스로 구단명도 변경됐다. 이후 지난 1996년 2002 월드컵 유치와 지방 축구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프로축구연맹이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을 시행해 안양으로 연고지를 다시 옮기고 구단명도 안양LG치타스로 바꾸게 된다.

이 때부터 안양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안양LG는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리그 우승, 아시안 클럽챔피언십 준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서울월드컵경기장 활용을 위해 서울 연고지 복귀를 추진하면서 2004년 서울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이를 두고 FC서울과 연맹측은 기존 LG치타스가 서울 동대문을 연고로 뒀기 때문에 연고 복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안양 팬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연고지를 다시 옮기면서 팬들은 뜨겁게 응원했던 만큼 배신감을 느꼈다. 일각에선 팬들과의 소통 없는 연고 이전이라며 삭발 투쟁하거나 LG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LG는 떠났고, 안양시민들은 축구단 염원에 공을 들였다. 결국 지난 2013년 2월2일 시민구단인 FC안양이 재창단되면서 K리그2에 뛰어들었고, 창단 11년만에 K리그2 챔피언 자격으로 K리그1 승격의 꿈을 이뤘다.
■ 1부 안양과 서울의 경기는 라이벌 구도
팬들은 ‘연고지더비’, ‘36더비’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기대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대호(안양시장) 안양 구단주는 “과거 서울은 안양을 버리고 36계 줄행랑을 쳤다. 도망간 서울을 우리가 잡아와 박살내야 한이 풀린다”며 거센 발언으로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17년째 서울의 팬인 나모(26)씨는 “서울을 연고지로 두고 있던 팀이기 때문에 연고 복귀라는 표현이 맞다”면서도 “복귀 과정에서 안양 팬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서사가 쌓인 만큼 응원 열기가 치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6년째 안양의 팬인 백모(24)씨는 “연고 복귀가 아닌 재이전이다. 안양 시절을 함께한 팬들에게 연고 복귀라는 표현은 과거의 역사와 팬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은 강팀이지만 도전자의 정신으로 안양이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양과 서울의 경기는 오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4시30분께 열린다.
안양은 2025시즌 약팀으로 평가받았는데, 지난 16일 디펜딩챔피언 울산HD와의 개막전에서 K리그2 득점왕 출신 모따의 헤딩골을 앞세워 1-0으로 꺾고 극적으로 승리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21년만에 숙적 서울과 같은 리그에서 맞붙게 된 안양의 경기는 이번 시즌 또 하나의 흥행거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