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이전 vs 연고복귀 라이벌 구도

유병훈 안양 감독 “안양은 죽지 않았다”

김기동 서울 감독 “안양전은 첫 홈경기일 뿐”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에서 FC안양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2.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에서 FC안양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2.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날만을 기다렸다. 수카바티 안양!”

22일 FC안양과 FC서울의 K리그1 2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후끈 달아올랐다.

연고이전과 연고복귀 논쟁으로 앙숙 관계에 있던 두 팀이 21년 만에 같은 리그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6호선을 비롯해 경기장 곳곳은 안양의 보라색과 서울의 붉은색 물결로 가득 찼다.

지하철로 안양에서 서울로 응원 온 FC안양 팬.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지하철로 안양에서 서울로 응원 온 FC안양 팬.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이날 안양에서 친구들과 함께 응원 온 양태율(13)군은 “지난 울산 원정 경기도 가족들과 함께 가서 목소리가 안나올 정도로 응원했다”며 “서울이 연고복귀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당시 안양팬들을 버린 것은 사실이다. 오늘 안양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양 서포터즈인 김남기(34)씨는 “안양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안양LG치타스 시절부터 안양의 축구를 봤다”며 “(서울이) 어쨌든 팬들과 소통 없이 이른바 야반도주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들이 팀 슬로건인 도전자의 정신으로 1부리그 기세에 기죽지말고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양은 지난 16일 디펜딩챔피언인 울산HD와의 K리그1 데뷔전에서 모따의 극장골로 승리해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FC서울 팬들이 연고복귀를 뜻하는 구단 창단년도 ‘1983’으로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FC서울 팬들이 연고복귀를 뜻하는 구단 창단년도 ‘1983’으로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반면, 홈팀인 서울의 팬 김동현(24)씨는 “매 시즌 홈경기는 빼놓지 않고 올 정도로 서울을 사랑한다”며 “오늘 응원석에서는 연고복귀를 뜻하는 팀 창단 연도 ‘1983’ 카드섹션을 했다. 결국 우리가 웃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안양으로서는 이번 경기가 ‘복수전’이자 ‘연고지더비’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4년 2월 2일, 안양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면서 안양 시민과 팬들에게 아픔과 분노를 줬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은 지난 1990년 서울을 연고지로 사용한 뒤 1996년 안양에 잠시 머물렀고, 이후 프로축구연맹이 서울 연고지 복귀를 추진하면서 서울로 다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계성으로 원정석을 꽉 채운 안양 팬들은 연일 “수카바티 안양”을 외치며 응원 열기를 높였고, 양 팀 팬들은 서로에게 야유하기도 했다.

유병훈(왼쪽) FC안양 감독과 김기동(오른쪽) FC서울 감독이 경기전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유병훈(왼쪽) FC안양 감독과 김기동(오른쪽) FC서울 감독이 경기전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2.2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양 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연고 문제와 관련해, 안양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 이번 경기는 팬에게 특별하다”며 “안양은 죽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FC안양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도 “오늘 상대가 안양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어도 엄청 신경 쓰고 고민했을 것”이라며 “안양전이라기보다도, 우리 첫 홈 경기이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