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 조건 까다로워, 장담 못하는 출하량
정제살균 과정 거친 후 소비자에게 전달
오는 15일부터 양평 단월고로쇠 축제 개최

골짜기 곳곳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양평군 서종면 화야산 중턱. 길도 없이 깎아지른 경사를 올라가 나무에 조심스레 1㎝ 남짓한 구멍을 뚫는다.
이런다고 물이 나오나 싶던 그때, 뚫린 구멍 가득 물방울이 차오르며 이내 고로쇠 수액이 ‘똑…똑…똑…’ 흘러내렸다.
‘와’하며 감탄하길 잠시. 한 방울을 놓칠세라 재빨리 채취도구를 갖다대고 한참을 나무가 뿜어내는 낙수를 바라보다 병에 한모금 가량이 모였을 시점, 재빨리 털어넣었다.
올해 화야산 나무가 처음 선물해준 싱그러운 단맛. 자연의 감칠맛이 가득 차올랐다.
지난달 28일 서종면 화야산에선 올해 첫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다.


각종 영양소가 다량 함유된 ‘건강한 단물’로 유명한 고로쇠는 단풍나무과 낙엽활엽교목의 수액이다. 보통 겨울이 지나고 2월 중순 초봄 즈음에 생산되며 통일신라 말기부터 조상들이 즐겨마셨다고 전해진다.
고로쇠 나무가 수액을 내기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고로쇠의 줄기는 밤 사이 낮은 기온으로 인해 수축하며 땅속의 수분을 채우는데, 온도가 올라가는 낮 시간 햇볕을 받아 팽창하는 시점에 나무 수피를 벌리면 나무가 수액을 낸다.
이렇기에 채취를 위해선 적절한 온도 차는 필수며 나무가 일년간 수액을 내는 기간은 20일가량에 불과하다. 또한 비가 오거나 황사가 심해도 나무가 수액을 뿜지 않기 일쑤다.
이날 올해 첫 고로쇠를 채취하는 서종 화야산 산채작목반(이하 화야산 작목반)을 방문했을 땐 산에 오르기 위해 각종 채취도구를 챙기는 일손으로 분주했다.
비포장 산길로 차를 타고 오르길 30분. 해발 400m가량의 고로쇠 채취 장소 초입에 도착하고 이후 등산로도 없는 직선 방향으로 30~45%의 경사로를 쭉 올랐다.
고로쇠 채취엔 산림청, 국유림관리소, 지자체 등의 허가가 필요하다. 높이 755m의 화야산에 허가된 고로쇠 나무는 300그루가량으로 예전처럼 무턱대고 관을 꽂아 뽑을 수도 없으며 나무 지름에 따른 채취량과 올해 쉬어야 하는 나무 등이 정해져 있다.
10명 안팎의 화야산 작목반 인원들은 각자 나누어져 2시간가량을 꼬박 올라야하는 정상까지 올라가 구멍을 내고 수액관을 연결했다. 이후 곳곳에 고로쇠 수액이 모이는 통을 설치하고 모인 양의 일부를 가지고 산을 내려왔다.


출하장에 도착한 작목반 회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이날 채취된 고로쇠를 정제살균주입기를 통해 밀봉했다. 이렇게 포장된 화야산 고로쇠는 전국 각지와 오는 고로쇠 축제에서 사람들의 목을 축여줄 터였다.
최병근 화야산 작목반 총무는 “고로쇠는 연마다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보통 한해 출하량을 하늘에 맡긴다고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오는 날이 더 적을 것 같다”며 “나무가 내어준 고마운 선물이다. 마시는 분들께서 맛있게 드셔서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16일 양일간 단월면 단월레포츠공원 일대에서 ‘양평 단월고로쇠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