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공존 모색하는 문화예술계, 미래사회 방향성 모색
수원시립미술관·한국학중앙연구소 AI사회연구소 강연
자율성 보장·덕의 윤리 적용한 AI의 필요성 등 언급도

인공지능(AI)은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는 인간의 인지 기능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해 새로운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예술과 문화, 나아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AI와의 공생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넘어 인간 존재 본질과 미래 사회 방향성을 질문하는 중요한 논의로도 확장되고 있다.

AI시대 현대미술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고민하다 ‘SUMA 렉쳐: AI와 현대미술’
“AI시대에선 개인의 생각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합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지난달 27일 진행한 ‘SUMA 렉쳐: AI와 현대미술’ 강연에서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는 큐레이터를 비롯한 문화예술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본인이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참가했던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사례 등을 언급하며 예술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이 아닌, 인류의 역사와 가치를 맥락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 작품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도 짚어냈다. 이 대표는 “예술은 이제 단순히 예술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연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창의력을 계속해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AI로 인해 글로벌화된 사회에선 조직이 개인의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듯, 개인이 속한 조직은 정해진 경계 안으로 가두려는 습성이 있다”며 “모든 조직은 무중력 상태에 있어야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149년동안 인간이 축적한 예술적인 상상력을 AI가 18개월 만에 능가했고 AI의 발전 속도는 25년 내에 아인슈타인의 두뇌를 넘어설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미래에는 디지털 경험 속 본질적인 것들을 잃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의 윤리’ 적용한 AI 필요성…한국학중앙연구소 AI연구소 강연
한국학중앙연구원 AI사회연구소가 지난달 26일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상위 인지 기능을 위한 인지 철학적 접근법들’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AI연구소 설립 후 첫 공식행사다. 연사로는 AI 진화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석봉래 미국 알버니아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나섰다.
그는 AI의 발전 양상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석 교수는 “수학적 지식 수준을 다루던 AI가 규칙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으로 진화했고, 인지적 추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며 “지금은 신경망 기반의 학습(딥러닝)을 통해 더욱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며 다양한 데이터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일반 인공지능(AGI)’에서 궁극적으로 ‘초지능(ASI)’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다만 석 교수는 AI가 가진 한계로 인해 인간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가 언급한 한계는 상식과 지향성, 의식, 감정의 부재 등이다. 석 교수는 “AI에 입력한 규칙이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라면 해결책을 내기 어렵거나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짚었다.
석 교수는 AI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선 덕의 윤리를 적용한 AI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각자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최선의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을 덕의 윤리라고 부른다”며 “AI에 규칙이나 프로그램 입력하기 전 역할, 관계성, 상황에 대한 연산을 더하는 것인데 기계적으로 규칙을 따르는 게 아니라 윤리적인 행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