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개 섬에 숨겨진 ‘보물’… 인천 시민에 먼저 알려주고 싶죠”
2012년 ‘…연구모임’으로 출범, 13년간 유형·무형 가치 꾸준히 알려와
인천 전체면적 67.18%가 섬이지만, 나고 자란 사람도 잘 몰라 아쉬워
아이들에 가르쳐 줄 방법 고민 중 인하대 최중기 교수 제안으로 시작
1년 중 5분의1 섬 생활… 데이터 재해석 아닌 주민 이야기 담겨 ‘생생’

인천은 40개의 유인도와 128개의 무인도를 가진 해양도시다. 인천지역 섬 면적은 713.82㎢로, 인천 전체 면적(1천62㎢)의 67.18%에 달한다. 옹진군과 강화도에 있는 31개의 섬은 환경부로부터 ‘특정도서’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특정도서는 사람이 살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거주하는 섬으로, 자연환경이 뛰어나 환경부 장관이 지정해 보호하는 섬을 말한다.
이렇게 인천 앞바다에는 환경, 문화, 인문학적으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섬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황해섬네트워크’는 인천 시민들에게 인천 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2012년 ‘인천 섬 연구모임’ 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황해섬네트워크는 13년 동안 인천 섬의 유형·무형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황해섬네트워크가 그동안 펴낸 인천섬연구총서와 황해섬연구총서 시리즈 8권은 보석 같은 인천 섬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황해섬연구총서 시리즈 5번째 책인 ‘승봉도’를 발간한 황해섬네트워크 이동열 이사장은 “그동안 인천 섬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던 탓에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인천 섬에 대해 기록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총망라한 책을 만들고 싶어 인천섬연구총서·황해섬연구총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열 이사장은 인천 사람들에게 지역의 섬을 더 많이 소개해주고자 황해섬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1999년부터 ‘인천을 바로 알자’는 취지의 청소년 답사 프로그램 ‘인천바로알기종주단’ 단장으로도 활동 중인 이동열 이사장은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인천 섬을 열심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바로알기종주단 단원 50~60명 중 대부분은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다. 그런데 배를 타고 인천 앞바다에 있는 섬을 가본 사람은 드물었다”며 “아이들에게 인천의 섬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인하대학교 해양학과 최중기 교수가 인천 섬 연구모임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황해섬네트워크가 발간하는 인천섬연구총서·황해섬연구총서는 그동안 인천 섬을 다뤄온 서적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동열 이사장은 “인천 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내놓은 책자나 연구자료는 거의 없고 대부분 데이터를 재해석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황해섬네트워크는 1년 동안 섬을 드나들며 마을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 더 심화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말 발간한 ‘승봉도’의 경우 이 섬 출신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더 많은 정보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이동열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승봉도에는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다른 섬에 비해 매우 적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게 없었다”며 “ 승봉도에선 바닷물을 솥에 넣고 끓여 소금을 얻는 ‘자염’ 방식을 활용한 염전이 많아 마을 주민 대부분이 그곳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자문위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봉도에 ‘벗’자가 들어간 지명이 유난히 많은 것도 소금을 구웠던 ‘염벗’(염분)에서 유래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동열 이사장은 “외지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이는 승봉도의 생활사를 담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황해섬네트워크의 자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인천 섬을 연구할 때에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열 이사장은 지난해 78일을 인천지역 섬에 머물렀다고 했다. 1년 중 5분의 1은 섬에서 보낸 셈이다. 그는 “섬 주민들과 친해져야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섬을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천 지역 섬들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곳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펴낸 책을 읽은 아이들이 인천 섬에 관심을 갖고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다면 섬 관광에도 큰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단장으로 활동하는 인천발로알기종주단도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올해 20번째 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동열 이사장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내 고향에 대한 애향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인천의 여러 길을 보여주고 인천에 대해 알게 하고 싶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디.
이어 “인천에 대해 알아야 애정도 생길 수 있다”며 “올해도 아이들과 인천을 걸으면서 우리 지역을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60여명으로 처음 시작한 황해섬네트워크는 이제 8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된 큰 단체로 성장했다. 황해섬네트워크는 교동도, 덕적도, 장봉도, 대청도, 백령도, 대·소이작도, 연평도와 소연평도, 승봉도 등 인천 섬을 소개하는 책도 8권 만들었고,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해양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동열 이사장은 “섬 지역은 인프라가 도심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데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황해섬네트워크는 인천 섬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열 이사장은?
▲1955년 경기 시흥 출생
▲인천고등학교, 인하대학교 항공공학과 졸업
▲인천바로알기종주단 대표
▲(사)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겸 공동대표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