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가게 매출 규모 등 제약

장거리 출퇴근땐 거주지 소비 미미

어르신·시각장애인, 엄두 못내기도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쓰는 사람만 쓰는 지역화폐?’

경기지역화폐 가입자 수는 2022년 458만여명에서 지난해 694만여명까지 증가했지만 이들 모두가 지역화폐를 활발히 쓰고 있진 않다. 지역화폐를 안 쓰는 이유를 물으니, 성별·세대·직업을 막론하고 지역화폐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 가맹점 정보 부족

현재 경기지역화폐 가맹점은 39만여 개로 사업 초기 1만여 개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도는 지난해 지역화폐 가맹점 매출 제한액을 연 매출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가맹점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시민들은 가맹점을 찾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박근희(27) 씨는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민생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지역화폐 10만원을 다 쓰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씨는 “가맹점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찾아서 쓰기에도 불편하다”며 “오프라인 가게에선 (매출 규모 등) 사용에 제약이 많다 보니 아무리 인센티브가 있어도 끌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거주지·생활권 불일치

시·군에서 발행한 지역화폐는 해당 시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역 내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함이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지역화폐를 잘 사용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울 등 타 지역으로의 출·퇴근이 많은 경기도민들은 거주지와 실생활권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점 때문이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손모(40대) 씨는 거주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경우가 드물어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않는다. 손씨와 아내 모두 서울로 출·퇴근하고, 그나마도 주말에는 구리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나모(26) 씨는 2년 전 받은 청년기본소득 100만원을 아직 다 쓰지 못했다. 나씨는 안양시와 의왕시의 경계 지점에 거주해 주소상 거주지는 안양이지만 생활권은 의왕이다. 그렇다보니 나씨는 안양 지역화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나씨의 가장 최근 사용은 2023년 12월 13일 안양시내 한 식당이 마지막이다.

■ 이용 불편

지역화폐를 충전하고 이용하는 방식은 주로 카드·모바일이다. 이에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지역화폐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에 비해 사용률이 떨어진다.

일부 지자체에서 지난 설 기간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상향 판매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 이진원(54)씨도 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시·군들이 인센티브를 상향 판매해 시민들의 접속이 몰려 순식간에 준비 물량이 소진됐는데, 스마트폰 사용 속도가 느린 이씨는 구매에 실패했다.

이씨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으로 지역화폐를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도 잘 안 돼 있어 이용하기 불편하다. 지역화폐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엄두조차 못 내는 시각장애인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수원시에 사는 김모(80)도 설 기간 인센티브를 20% 준다는 말에 혹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벽이 그에겐 너무 높았다. 김씨는 “20% 더 준다는데 누가 사고 싶지 않겠냐”며 “(지역화폐를)사는 방법도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