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야 부탁해… “‘1인가구’ 식사 챙기며 안부 묻죠”
‘맞춤형 공유냉장고’ 첫 운영 눈길
고시텔 거주자 누구나 음식 무료
“사회적 고립감 해소 도움 주고파”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 한 고시텔에는 ‘음식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는 상대원2동 사랑나눔 냉장고’란 이름이 붙어 있는 공유냉장고라는 게 있다.
거주자 누구나 안에 담긴 음식을 무료로 꺼내먹을 수 있는 이 냉장고는 성남시에서는 처음 운영되는 것이며 타 시·군에서 운영되는 일반적인 공유냉장고와는 결이 다른 ‘1인가구 맞춤형’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미정 동장은 “상대원2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상대원2동제2복지회관, 상대원2동행정복지센터가 회의를 할때 제안이 나왔고 ‘의미있는 일이다. 한번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지난 2월21일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동장은 이어 “해당 고시텔에는 적을 때는 40여명, 많을 때는 60여명이 거주하는데 95% 가량이 1인가구다. 특성상 불규칙한 식사와 고립, 사회적 단절 등에 노출돼 있다”면서 “공유냉장고를 매개로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안부도 묻고 하면 사회적 고립감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공유냉장고에는 (사)푸드뱅크에서 지원받은 음식들이 주 1~2회 채워진다. 종류는 햇반, 빵에서부터 각종 반찬, 과자, 물 등 15가지에 이른다. 강미정 동장은 “처음에는 이틀도 안돼 음식이 모두 동나기도 했다. 한 두번하다 말거라고 생각했는지 음식을 통째로 집어간 것이다. 그때마다 채워놓기를 반복하자 지금은 인식들이 달라져 양을 조절해가며 가져간다”고 말했다.
반응은 기대보다 호의적이다. 강 동장은 “거주자들이 ‘요즘 규칙적으로 챙겨먹는다’, ‘덕분에 식생활 걱정을 덜었다’고 하시면서 좋아해 주신다. 뿐만 아니라 성남시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대우해주는 것 같다. 음식때문에 서로 대화도 하게 되고 고립감도 덜해 기분이 좋다는 말들도 하신다”고 미소지어 보였다.
‘1인가구 맞춤형’이라는 공유냉장고 목적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강 동장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조만간 이용자 만족도, 선호도 설문조사를 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 동장은 성남시 최대 히트 상품인 청춘남녀 만남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을 성공시킨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특별승진하면서 동장이 됐다.
그는 이제 청춘남녀를 넘어 ‘복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강 동장은 “상대원2동은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이 23% 가량으로 성남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어르신 맞춤 복지로 반찬·건강음료·스마트 수경재배 키트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어르신 지원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눈을 맞춰 대화하면서 맞장구 치고 소통해 나가고 있는데 이게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