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자는 인센티브
지역 소비 진작 막연한 기대감에
각 시군들 재정난에도 예산 투입
주민들 오픈런속 조기 완판 행진
설명절 결제액 10% 하회 ‘예상밖’

경기도민들이 지역화폐를 쓰는 이유는 단연 ‘인센티브’다. 인센티브를 10%로 가정하면 10만원을 충전하는 것만으로도 1만원의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주체는 각 시·군이다. 시·군마다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역화폐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센티브 지급을 이어간다.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올 초 설을 앞두고 31개 시·군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지역화폐 인센티브율을 평소보다도 크게 상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많게는 20%에 이르는 인센티브 제공에, 도민들은 너도나도 지역화폐 충전 ‘오픈런’에 뛰어들었다.
과연 인센티브 지급은 지역 경제에 ‘효자’ 역할을 했을까.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인센티브는 지역 경제 현장으로 가닿지 못한 채 여전히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에 잠들어있다.
설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경기도내 지자체 대부분은 기존보다 인센티브율을 높이거나 캐시백을 지급하는 이벤트 등을 실시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와중에 연휴 기간에라도 자금을 풀어, 지역 경제를 선순환코자 했던 취지다.
수원시, 광명시는 무려 인센티브 20%를 내걸었다. 양평군도 15%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화성시는 ‘희망화성지역화폐’의 인센티브 10%에 지역화폐로 결제 시 20%의 캐시백 제공을 더해 무려 30%의 혜택률을 기록했다. 파주시는 ‘파주페이’의 인센티브율을 10%로 유지하는 대신, 충전 한도를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일시 상향했다.
지역 주민들도 반응했다. 높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경기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에 충전 수요가 몰려, 한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해 원성을 샀다.

곳곳에서 인센티브 지급을 위한 예산이 금세 동이 났다. 당초 인센티브 지급 예산으로 100억원을 잡았던 수원시는 이 금액이 불과 반나절 만에 소진되자,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24일 50억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다시 한 번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 역시 하루를 채 넘기지 못했다. 광명시도 90분 만에 인센티브 예산이 소진됐다고 발표했다. 양평군 역시 이틀 만에 1주차 예산인 2억4천만원이 조기 소진됐다.
하지만 실제 연휴 기간 내 경기지역화폐가 사용된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경인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1월 25~30일 경기지역화폐 사용액’ 자료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경기지역화폐 결제액은 453억2천800만원이었다.
20%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1월 한 달간 150억원을 쓴 수원시의 경우 해당 인센티브 비용을 포함해 어림잡아 900억원이 시민들의 ‘수원페이’에 충전됐지만, 설 연휴 기간 시민들이 쓴 금액은 이중 5.4%인 48억9천600만원에 불과했다. 수원시가 명절 직전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투입한 5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15% 인센티브 지급에 7억700만원을 투입한 양평군에서도 인센티브 비용을 비롯해 모두 54억원가량이 ‘양평통보’에 충전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휴 기간엔 9.8%인 5억3천400만원이 실사용되는데 그쳤다.
인센티브가 당장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받고 본다”는 게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얘기였다. 도내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인센티브 많이 준다고 해서 모아놨는데 막상 사용할 곳을 못 찾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센티브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픈런’에 성공한 일부 도민들의 지갑을 채우는 데 그친 셈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만큼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조금이나마 녹일 것이라 기대했던 지자체들도 머쓱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지자체들은 어차피 지역에서 소비될 금액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명절 때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지만 높은 홍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추석에도 동일한 비율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평군 관계자도 “실사용액이 바로 늘진 않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다 지역에 소비될 금액이라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