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지역상권 활성화 취지 갈수록 퇴색

매년 단속 벌여도 ‘부정·편법’ 횡행

엉뚱하게 사교육 시장 배불리는 꼴

투기성 자산 구매 움직임 보여 골치

지역 내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경기지역화폐가 최근 학원가와 금은방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1일 경기지역화폐 수원페이 사용처인 수원시내 한 입시전문학원. 2025.3.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역 내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경기지역화폐가 최근 학원가와 금은방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1일 경기지역화폐 수원페이 사용처인 수원시내 한 입시전문학원. 2025.3.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지역화폐의 효용성 문제는 번번이 지적돼왔다. 사용처를 제한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이지만, 해가 갈수록 변질돼 오히려 취지가 퇴색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부정·편법 사용도 문제다. 정부·지자체가 매년 단속을 벌이고는 있지만, 사각지대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지역화폐가 본 취지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학원’(비)이다.

지난해 학원에서 학원비로 결제된 경기지역화폐는 무려 1조376억원에 달한다. 2년 전인 2022년(9천244억원)보다 1천132억원 증가했다.

지역 내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경기지역화폐가 최근 학원가와 금은방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1일 경기지역화폐 수원페이 사용처인 수원시내 한 입시전문학원. 2025.3.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역 내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경기지역화폐가 최근 학원가와 금은방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1일 경기지역화폐 수원페이 사용처인 수원시내 한 입시전문학원. 2025.3.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체 지역화폐 결제액의 26.73%로, 4분의1을 넘는다. 줄곧 1위를 지켜 온 일반음식점(28.64%)의 뒤를 바짝 뒤쫓아, 이 같은 추이가 계속되면 이르면 올해는 추월이 예상된다.

용인·화성 등 신도시가 조성되고 관내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에선 이미 학원에서의 결제액이 일반음식점을 뛰어넘었다.

30·40·50대 학부모들은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받아 지갑을 채운 후, 이를 학원비 결제에 사용하는 게 지역화폐 사용 패턴이 됐다.

일선 지자체들이 지역화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골목 상권 활성화가 목적인데, 본 취지는 빛 바래고 애꿎게 사교육 시장으로만 돈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지역화폐를 활용한 ‘금(金) 구매’ 논란도 있었다.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과 맞물려, 인센티브 혜택을 토대로 지역화폐로 금과 같은 투기성 자산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던 것이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지역화폐로 금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엔 금, 은에 대해 별도로 구매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서울 한 귀금속 판매점에 귀금속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귀금속 판매점에 귀금속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순금 등 되팔아서 차익을 얻기 쉬운 투기성 자산은 지역화폐로 구매할 수 없도록 보다 강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14K나 18K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 ‘빈틈’은 존재한다. 일선 시·군이 반기마다 순금 구매 등을 단속하지만, 구매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게 관건이다.

가맹점 등록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수원시, 용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선 금은방 등 귀금속 판매점은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귀금속을 취급하는 액세서리 판매점은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화폐로 순금을 구매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는데, 기록에 남지 않게 순금을 거래하는 것까지 모두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시·군별 지역화폐 구매 제한 금액이 20만~50만원 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해도) 재테크할 수준으로 금을 구매할 순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은방 등 귀금속 매장도 지역 가게이기 때문에 무작정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이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역화폐가 본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오히려 투기 과열 수단이 된다면, 철저한 단속과 제도적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