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매출 지침 효용성 논란
골목상권보다 소비자 편의 ‘무게’
행안부보다 낮춘 지침 경기·제주뿐
가평 ‘택시’ 타 시도도 범용성 확대
주유소 포함 업종별 기준설정 요구
道는 도비 지원에 준수 여부 평가
연 매출 12억원이 넘지 않는 지역 점포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한 ‘제한사항’은 경기지역화폐에겐 양날의 검이다. 골목 상권에 실질적으로 돈이 돌아가게끔 하는 취지이지만, 쓰이는 곳에서만 한정적으로 쓰이거나 본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사례들이 이어지며 효용성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하나 둘 경기도 지침인 12억원을 벗어나, 행정안전부 지침인 30억원으로 제한사항을 완화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31개 시·군 중 절반인 16개 시·군에서만 경기도 지침인 12억원 제한을 준수하고, 나머지 지자체들은 하나 둘 예외를 늘려가는 추세다. 소규모 점포들에 대한 수혜보다 소비자들의 편의성 쪽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둔 조치인데,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수록 경기도의 제한 지침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12억원 매출액 제한은 너무해…곳곳 ‘연 매출 30억원’ 허용 움직임
지난해 기준 업종을 막론하고 경기도 지침인 ‘연 매출 12억원’ 미만 점포에 한해서만 지역화폐 가맹점 신청을 받은 지자체는 16곳이다. 31개 시·군 중 절반 정도다. 나머지 절반인 15개 시·군의 경우 일부 업종에 한해 연 매출 기준을 행정안전부 지침인 30억원으로 확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 약국을 예외로 하는 지자체가 가장 많다. 학원(성남·안산), 주유소(하남), 스포츠·여가(의왕) 업종 등을 예외로 둔 지자체들도 있다.

가평군의 경우 모든 업종에서 매출액 제한을 30억원으로 완화했다. 가평군 내 지역화폐 가맹점은 무려 3천407곳인데, 매출액 제한 완화가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 중 행안부 지침보다 매출 제한액을 낮춰 운영 지침을 정한 곳은 경기도와 제주도 뿐이다. 인천광역시와 부산광역시는 가맹점 매출액에 따라 캐시백 비율을 차등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액이 큰 점포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캐시백 비율이 줄어드는 식이다.
■ 택시 이용 등 업종 확대 노력도
도내 지자체 중에선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 자체를 확대한 시·군도 있다. 가평군과 남양주시에선 지난 2023년부터 택시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가평군의 경우 모든 업종의 매출액 제한을 30억원으로 완화해, 개인택시는 물론 법인택시에서도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 남양주시는 개인택시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각 지자체는 정산업체·운영대행사 등과 협의해 택시 서비스까지 지역화폐 확대를 이뤄냈다.

남양주시, 의정부시에선 경기지역화폐를 교통카드로도 이용 가능하다. 일반 교통카드처럼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교통비를 충전할 때 인센티브 혜택은 주어지지 않지만, 지역화폐의 사용도를 높이는 취지라는 게 각 지자체 설명이다. 다만 지역화폐 특성상, 어디까지나 지역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근 시·군에선 확대 적용된 혜택이 제한된다는 게 관건이다.
타 시·도에서도 지역화폐의 범용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에선 택시 호출 공공앱 ‘동백택시’를 지역화폐와 연계해 운영 중이다. 동백택시를 통해 택시를 호출한 승객은 10% 캐시백을 지급받고 1%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온라인 결제 전용인 e서울사랑상품권을 따로 발행하는데, 이런 점이 지역화폐 이용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평이다.
■ 연 매출 12억원 지침, 흔들릴까
해가 갈수록 도내 시·군마다 지역화폐를 운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뚜렷해지면, 지역별로 이용자들이 느끼는 지역화폐 효용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매출 제한 예외 사항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일선 지자체들은 행안부 지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거나 업종별로 기준을 설정해줄 것을 도에 요구하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유소에서도 지역화폐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주유소는 특성상 단가가 높다. ‘연 매출 12억원’ 지침을 지킬 경우 가맹점 등록이 불가능하다”며 “경기도 지역화폐심의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안도 했는데 부결됐다. 도는 현재 도 자체 지침인 ‘연 매출 12억원’ 지침을 유지해야만 도비를 더 많이 준다. 재정이 넉넉한 시·군이라면 도비를 좀 적게 받더라도 자율적으로 예외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저희 지자체는) 예산이 빠듯해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설명처럼 경기도는 지역화폐 운영 예산과 관련, 도비를 지원할 때 각 시·군의 가맹점 관리 지침 준수 여부를 평가한다. 크게 준수·일부준수·미준수로 분류하는데 준수한 시군은 도비와 시군비 매칭비율이 5대5, 일부준수는 4대6, 미준수는 3대7이다. ‘연 매출 12억원 지침’을 지켜야만 지역화폐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의 50%를 경기도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는 지침 등을 미준수하는 시·군에 대해 매칭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평군 역시 지금은 전 업종에서 매출액 제한을 완화해 운영하고 있지만, 도비 매칭 비율이 낮아지면 지금의 방식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크다. 가평군 관계자는 “지금은 매칭 비율이 낮은 것을 감수하고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턴 경기도가 가이드라인 미준수 지역에 대해 페널티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라 향후 운영 방향에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