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행, 때로는 엇박자내는 도내 시·군

 

道 늘려 2023년 6199억 4년새 2배

연천군 37.8%·성남시 740억 ‘최고’

 

선불형 교통카드 주는 서울과 달라

양주시 올해부터 ‘공공근로 170만원’

정작 지역서만 사용 실효성 떨어져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수원시 팔달구 못골전통시장의 모습.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수원시 팔달구 못골전통시장의 모습.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역화폐가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단체장의 ‘치적’을 쌓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는 지적이다.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이 같은 ‘정책 발행’을 이어가다 보니 지자체마다 다양한 사업에서 지역화폐를 지원금 지급 수단으로 쓰고 있다.

때로는 사업 취지와 다르게 지역화폐로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점 역시 지역화폐가 진정한 지역경제 발전의 ‘효자’로 안착하게 한다기 보단,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비교적 강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 몸집 키워가는 정책발행

경기도와 시·군들은 ‘경기지역화폐’ 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기존엔 현금이나 바우처 등으로 지급하던 각종 정책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어려운 민생과 지역 상권 모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게 핵심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그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정책 발행액이 2019년엔 2천280억원이었지만 4년 만인 지난 2023년엔 6천199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시·군들도 만만치 않다. 전체 지역화폐 발행액의 3분의1 수준이 지자체의 정책 발행액인 지역들도 있다. 지난해 기준,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시·군은 37.8%를 기록한 연천군이었다. 1년간 발행액이 294억원이었는데 무려 111억원이 정책 발행액이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성남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성남시에서 발행된 지역화폐 2천741억원 중 27%인 740억원이 정책 발행액이었다. 포천시(28.2%), 안성시(26.1%), 여주시(25.6%)도 정책 발행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 이것도 지역화폐로 지급?

지자체들이 각종 정책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이지만, 남용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부 사업에선 지역화폐로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업의 본 취지를 저해하는 일 등도 벌어지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지급되는 교통 지원금(10만~20만원)을 정작 교통비로 사용할 수 없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경기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 조례’상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20만원 이내의 지역화폐 혹은 교통카드 등을 지원하게끔 돼있는데 도내 31개 시·군은 모두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교통 지원금’ 명목인데 정작 지역화폐를 교통비로 쓸 수 있는 지자체는 제한적이다. 서울시가 10만원이 충전된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것과 대조된다.

경기도가 올해 양주시에 시범 도입한 ‘경기공공근로복지기금’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경기공동근로복지기금 사업은 중소기업은 40만원, 시·도는 각각 30만원을 출연하고 정부는 70만원을 지원해 노동자 1인에게 연 최대 170만원까지 복지기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각종 복지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이지만, 양주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양주시 중소기업 노동자들 중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지기금 활용도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동자의 입장을 100%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