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 납신다… 봄 이리 오너라
박경리 작품 공간 재현 ‘스토리텔링’
분리된 6개 동, 대나무숲속 힐링 제격
매년 4월말 채취한 발효차 향미 일품
올해부터 지역 제철음식 조식도 제공
郡 직영 전환후 전국서 관광객 발길
인근 부부松·동정호 걸어서 가볼만

봄은 남도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갯버들이 하얀 속살을 삐쭉 내밀면서 뽀송뽀송한 솜털로 방긋 인사를 하면 겨우내 얼었던 도랑이 금세 쏴 쏴 소리를 내면서 바위에 물을 끼얹는다. 땅이 서서히 녹으면서 흙내음이 코를 간질일 때쯤, 거제나 여수의 동백이 봄의 전령사로 꽃봉오리를 힘차게 밀어 올린다. 봉긋한 꽃이 인사를 하면 “진짜 봄이 왔구나”하는 신호는 벚꽃이 쏘아 올린다. 물을 잔뜩 머금은 잎이 연노란 잎을 하나둘씩 쏙쏙 보여주는 녹차도 봄의 전령으로선 뒤지지 않는다.
하동의 봄은 벚꽃과 녹차가 만들고 그 깊이는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며 지리산의 눈이 끝점을 찍는다. 둘을 더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하동 ‘최참판댁 한옥호텔’이다.

■ 한옥호텔 특징
= 느림, 한옥이 주는 첫 느낌이다. 잠깐 졸아도 다음 역에서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나 초조함이 없다. 무궁화호가 주는 여유를 닮았다. 슬쩍 건너뛰거나 딴전을 피워도 흐름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안 되는 멜로 영화처럼. KTX나 비행기에서는 얻을 수 없는 편안함이자 여유다. 여기에 호텔 같은 편안함을 더했다.

최참판댁 한옥호텔은 여기에 스토리텔링까지 갖췄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정갈함, 고품격, 여기에 독립성과 편의성까지 더했다. 6개 동이 각각 분리된 데다 동간 떨어진 거리도 있다.
인근 대숲을 걷거나 차를 마시면서 힐링하기엔 그만이다. 대나무가 싸아~싸아 하면서 봄을 재촉하는 소리, 어둠과 함께 숲 사이로 찾아드는 별은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청량감과 함께 알퐁스 도테의 소설 ‘별’을 생각나게 하면서 동화 속 세계로 잠시 여행을 떠나도록 이끌 것이다.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쏟아지는 별과 함께 하동을 잊지 못할 공간으로 오래오래 머리에 남길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돌 틈으로 흐르는 물,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나는 소리는 바로 이곳이 선계구나 하는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한옥에서 마시는 차도 일품이다. 일전 연유제다의 ‘세흥’을 마셨다. 발효차로 매년 4월 30일께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다. 부드럽고 고소한 단맛에 발효차의 향미가 꽤 매력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향기가 독특하고 부드러워 저녁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
= 올해부터 ‘조식 서비스’를 도입했다. 청년 업체 계절열매와 소소하당에서 하동지역 제철 음식 재료를 활용하여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며 하동만의 감각을 담은 메뉴를 선보인다. 예를 들면 △구운 통곡물 식빵 △딸기 레몬잼 △감말랭이에 호두를 더한 크림치즈 스프레드 △제철 과일(딸기, 샤인머스켓 등) 등이 그렇다. 여기에 △유자 당근 라떼 △하동 품은 유정란 △지리산 황매실차 △평사리 꿀벌 스틱 꿀 등 하동에서 난 재료를 활용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한 걸음 더 나가 앞으로는 계절별 제철 식재료에 따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하동을 찾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소설 ‘토지’의 촬영지, 최참판댁이 인근에 있어 돌아보는 것도 권한다.

■ 어떻게 찾아가나
= 최참판댁 한옥호텔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있다. 드라마 촬영지 등 관광지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된다.
온라인(https://www.hadong.go.kr/hdhanok.web)으로 예약하면 된다.
안채, 사랑채, 동별채, 서별채, 섬진재, 지리재 등 총 6종류의 방이 있다. 어느 방이든 한옥서 힐링하면서 하동에 스며드는 체험을 만끽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위탁 운영하던 것을 하동군이 지난 2023년 9월 직영으로 전환, 지난해 8월부터 이용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머무르는 힐링 관광’의 거점으로 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동군은 이에 더해 호텔 이용객이 하동에서의 쉼과 맛을 추억할 수 있도록 하동군의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한 ‘체험 패키지’도 구상하고 있다.

단순 숙박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하동군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는 최참판댁 한옥호텔은 다시 하동을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모자람이 없다. 여기에 인근 명소도 추천한다.
드넓은 악양 들녘을 지키는 부부송. 호텔에서는 대나무에 가려서 볼 수 없다. 그러나 발품을 조금만 팔아 최참판댁 쪽으로 걸어 나오면 부부송이 주는 고즈넉함과 정겨움을 만끽할 수 있다. 서희 나무, 길상 나무로 각각 불려서 부부송이 된 이 나무는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면 부부가 백년해로한다고 전한다.
호텔서 1.4㎞ 떨어진 곳에 있는 동정호도 빼놓고 싶지 않은 명소이다. 걸어서 20여분이 걸리고, 자동차로는 5분이면 족하다. 생태 저수지로 하동군이 지방공원화사업을 진행하는데, 뭐니뭐니 해도 둘레길을 걸을 것을 추천한다. 넉넉한 품에 발걸음을 크게 해치지 않는 각종 시설은 보는 재미와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지리산뷰 맛집… 다함께 茶茶茶
하동군이 추천하는 ‘차명소 10선’
매화 절경 ‘한밭제다’ 3대 가업 ‘감동화개’
녹차·매실 활용 먹거리 풍부 ‘더로드101’
하동에는 ‘꼭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가 많다. 군은 최근 44곳을 지정했다. 봄에는 단연 녹차를 빼놓을 수 없다. 봄 향기를 머금은 다원과 카페를 살짝 소개한다. 여름, 가을, 겨울도 좋지만 봄이 그 시작이니까.
‘혜림농원’. 화개면에 있는데 봄이 되면 녹차밭을 따라 올라가 지리산을 바라보며 차를 맛볼 수 있는 다원이다. 진달래꽃이 멋지게 피어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밭제다(한밭다원)’. 매화꽃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동의 아름다운 다원으로 뽑힌 곳이다. 연인,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추억으로 담을 수 있다.
‘따신골 녹차정원’. 차 시배지 화개면에 있다.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소나무 가득한 숲속에서 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피크닉 세트를 구매하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차와 다과를 즐기며 봄을 만끽할 수 있다.

‘감동화개’. 녹차 제다법을 처음 만든 김복순 할머니가 운영하던 최초 화개동 찻집. 3대째 차업을 이어온 만큼 옛것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화창한 봄날 따뜻한 차 한 잔 즐기기에 제격이다.
‘더로드101’. 하동 대표 카페. 꽃이 가득한 정원이 시그니처. 빵, 하동 녹차와 매실을 활용한 메뉴 등 먹거리도 풍부해 일년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형제봉주막’. 악양면 입석마을에 있다. 막걸리가 유명한 악양면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주막을 다녀간 사람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어 음악과 함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평사리의 아침’. SNS 명소로 널리 알려진 브런치 카페. 목향장미가 핀 정원, 소품에 화덕 빵, 화덕 피자가 눈과 입을 잡는다.
‘매암차문화박물관’. 매암제다원에서 차를 주문하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봄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세월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도 좋다.
‘해뜰목장’. 옥종면에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곳. 목장 체험과 아이스크림, 치즈, 피자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카페리화’. 하동시니어클럽의 어르신이 운영하는 실버카페. 커피부터 티, 에이드, 디저트까지 어르신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경남신문=이병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