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심화에 멈춰선 연구

 

과거 경기硏 “골목상권 긍정적” 조세연 “소비자 후생 저하” 상반 결과

이후 후속 보고서 크게 감소… 발행 확대 현재는 양상 다를 수 있어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역화폐의 도입이 소상공인 매출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vs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추가 소비 효과도 발생한다”

지난 2020년 경기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지역화폐를 두고 각각 다른 결론을 냈다.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을 통해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반면 조세연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접 지자체의 매출액 감소를 유발하고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후생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보다는 온누리상품권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경기연구원은 조세연 보고서를 전면 반박했다. 경기연구원은 “(조세연 연구보고서는) 2010년~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사용했는데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도 미미했고 본격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시기”라며 근거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 무렵에도 유력 대선주자이자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조세연 보고서를 “얼빠진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을 만큼, 조세연 보고서는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같은 격론이 벌어진 이후, 지역화폐에 대한 연구는 거의 미미하다. 조세연은 이후 지역화폐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경기연구원도 이재명 전 도지사가 떠나고 김동연 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2023년 보고서가 마지막이었다. 지역화폐에 ‘이재명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면서 정쟁화된 점도 관련 연구가 뚝 끊기다시피한데 영향을 미쳤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화폐 연구 결과로 해당 조세연·경기연구원 보고서가 언급된다. 상반된 연구 결과로 주목을 끌었던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송경호 조세연 연구위원은 여전히 지역화폐 효과와 관련해 의견 차를 보였지만, 연구의 필요성에선 공감대를 이뤘다. 지역화폐 연구가 5년 전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 다툼에 얽혀 연구도, 운영도 불안정해져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에서부터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진정한 ‘효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까지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관련 연구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대선과 맞물리며 연구를 다시 진행하지 못했다”며 “당시 지역화폐를 통해 대형마트에서 중소 마트로 소비가 옮겨 간다는 실증 연구 결과까지 나왔지만 지역화폐로 인해 소비 자체가 늘어났는지, 지역 불균형에 따른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연구 결과, 지역화폐가 소비 자체를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데에는 큰 영향이 별로 없다고 나왔었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더 확대된 지금은 양상이 다를 수 있는데, 지역화폐가 어느 정도까지 소비 진작 효과를 키울 수 있는지 분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화폐에 회의적”이라면서도 만약 지역화폐를 유지한다면 효율적인 예산 운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련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화폐는 소비자 지원 정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다. 소비자 효용만 극대화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매출액이나 업종 제한 등을 지역 자율에 맡겨둘 필요는 있지만, 운영이 지역화폐 취지에 맞게 이뤄지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