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이 내어준 한 조각, 진한 매력이 숨어있다

 

드라마 ‘연인’·‘옥씨부인전’ 촬영지로 각광

전북특별자치도 유산서 한국 보물로 승격

조선 숙종 12년, 연안송씨 4형제가 건립

 

절벽 가운데 지어진 독특한 모양새 ‘눈길’

푸른 산 병풍처럼… 눈 앞엔 섬진강 흘러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 전망 일품

인근 보흥사·평지리 이팝나무 ‘볼거리’

수선루 원경. /김미현 건축사 제공
수선루 원경. /김미현 건축사 제공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이며, 신하나 백성은 이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절대왕정의 시대였던 조선. 이런 시대에 인간은 노비에서 왕까지 모두가 평등하며 임금의 자리도 능력 있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사상을 펼쳤던 정여립이 마지막 숨을 거뒀던 진안.

임진왜란 때에는 이복남을 비롯한 의병이 웅치(熊峙)에서 용담·진안을 거쳐 전주를 공략하려던 왜병을 격퇴하고 진안읍 죽산리 어은동(魚隱洞) 골짜기에서도 왜병과 혈전을 벌였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수선루는 자연 상태의 암굴을 적절히 이용한 독특한 건축물이다.

절벽 가운데 지어진 독특한 모습과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이 잘 어우러져 마이산과 함께 진안의 최대 명소다.

최근 인기드라마 ‘연인’과 ‘옥씨부인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그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선 숙종 12년(1686) 연안송씨 네 형제가 선대의 덕을 추모하고 도의를 연마하기 위해 건립한 누각이며 1984년 4월 1일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가 2019년 12월 30일 대한민국의 보물로 승격했다.

자연 상태의 암굴을 적절히 이용해 2층으로 건립했고, 2층 중앙에 ‘睡仙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수선루(睡仙樓)는 조선시대의 누각으로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약 1㎞ 남짓 거슬러 올라간 천변의 암굴에 위치해 있다.

‘수선루’라는 명칭은 목사 최계옹이 이들 사형제가 갈건포의하며, 팔순이 되도록 조석으로 다니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 진나라 말년에 전란을 피해 협서성의 상산(商山)에 은거한 동원공, 하황공, 용리선생, 기리수 등의 기상과 같다하여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자유로운 모습을 담고 있는 최고의 정자 2층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 줄기가 눈에 들어오며 아늑한 자연에 감싸인 수선루는 위층과 아래층이 엇비스듬하게 맞물린 자유로운 모습에서 전북지역 최고의 정자로 손꼽히기도 한다. 고종21년(1884)에 그의 후손 송석노가 중수하고 1888년 연재 송병선 등이 재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진안군지에 송병선이 지은 수선루 중수기가 게재돼 있으며 수선루 사변에는 ‘延安宋氏睡仙樓洞門’이라는 아홉 자가 새겨져 있다.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의 정자는 자연암굴을 이용하여 2층으로 세워져 있고 2층 중앙에 ‘睡仙樓’라는 현판이 있고 1층의 문을 통하여 오르게 되어 있다.

이 누각은 절벽을 흘러내리는 물이 비단폭 같으며, 특히 봄에는 봄바람이 좋고 전망이 좋아 만물이 생동하는 것을 빠짐없이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에는 바람이 시원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제격이며 겨울에는 눈 덮인 산천경개가 일품이다.

수선루 주변에도 보흥사, 평지리의 이팝나무 등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수선루 전면 석축. /김미현 건축사 제공
수선루 전면 석축. /김미현 건축사 제공

■ 광대봉 아래 전통 사찰 ‘보흥사’

보흥사는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 마을 북쪽 계곡 광대봉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태고종 소속의 전통 사찰이다. 그러나 지금도 주민들은 북수사라 부른다. 마령 쪽에서 보면 광대봉이 북쪽에 있어 예전에 북수로 불렸는데, 그 아래에 절이 있었으므로 북수사로 불린 것이다. 1948년 중수 도중에 ‘보흥사 상량문’이 발견돼 보흥사라 개칭했다.

1448년(세종 30)에 중창했으나 조선 중기에 폐사됐다. 1914년에는 불교 신자인 민씨가 옛 절터에 법당과 산신각을 세우고 절 이름을 북수사(北峀寺)라 했다. 1948년 중창 당시의 기록을 담은 상량문이 발견되었는데 이 상량문에 ‘보흥사’라는 이름이 나온다. 이에 근거해 현재 보흥사라 이름하고 2003년 대웅전을 신축했다. 삼성각 1채, 법고, 강정리 5층 석탑, 요사채 등이 있다. 보흥사의 주요 불사로는 정월, 4월 초팔일, 7월 백중, 동지 때에 크게 올리고 있다. 사찰 내 건물로는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 등이 있다.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건물이다. 삼성각은 정면 2칸 측면 2칸 정방형 건물로 법당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동대에서 바로본 수선루. /김미현 건축사 제공
동대에서 바로본 수선루. /김미현 건축사 제공

■ 천연기념물 제214호 ‘평지리 이팝나무’

평지리의 이팝나무는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마령초등학교 교문을 가운데로 좌, 우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뭇과에 딸린 낙엽교목으로, 잎은 넓은 난형, 또는 타원형이며 양끝이 뾰쪽하고 양면에 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여 꽃이 핀 모습이 이밥, 즉 쌀밥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여름이 시작될 때인 입하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다가 이팝나무로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250년 수령의 특별한 나무 꽃은 암수가 각각 딴 나무에 달리고 흰색이며 5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꽃이 피어 한꺼번에 지는 것이 벚꽃과 비슷하다. 수령은 250년이며 암수 구별이 있다. 이팝나무가 잘 자라는 곳은 골짜기나 개울가 등이며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경기도에 야생하고, 일본, 대만, 중국 등의 고산지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이곳처럼 거목이 군락을 이룬 곳은 매우 드물다.

이팝나무가 살 수 있는 가장 북쪽 수나무 3그루, 암나무 10그루가 있었으나, 현재는 수나무 2그루, 암나무 5그루가 남아 있으며 1997년 수나무 20주를 보식했다.

한편, 이 지방에서는 이 나무를 이암나무 또는 뻣나무라고도 하며 이 나무의 꽃이 일시에 피면 풍년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시름시름 피면 한발이 심하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한반도 서해안 내륙의 이팝나무가 살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으로서 식물분포학적 연구가치도 크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전북일보=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