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다올갤러리 내달 3일까지

 

독학으로 배운 50년 화업 20 작품 선봬

구도·붓질·색채표현 끊임없이 실험

퍼티 작업 입체감 거친 생명력 눈길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지난 18일 만난 하윤보 작가가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지난 18일 만난 하윤보 작가가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전시장 로비에 한 폭의 자연을 담은 그림이 걸렸다. 가로 260㎝, 세로 180㎝. ‘오래전부터’라는 제목의 작품 중심에는 충청북도 음성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작가가 만난 담쟁이 덩굴이 자리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얕은 폭포 옆 나무를 타고 오르는 불그스름한 담쟁이 덩굴은 익어가는 가을을 보여준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는 하윤보 작가는 잊혀가는 자연의 단면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해낸다. “기후위기라고 하잖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보존하고 싶은 자연의 풍경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열린 하윤보 작가 초대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오래 전부터’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열린 하윤보 작가 초대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오래 전부터’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그의 초대전이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전시에서 선보인 20점 작품은 독학으로 배운 하 작가의 50여년 화업을 조망한다.

그는 구도, 붓질 방식뿐 아니라 색채 표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실험하며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하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한평생 붓을 들었다”며 “혼자 배우고 익히며 그리다보니 실패도 많이 했다. 세상에 나온 것보다 버린 그림이 더 많다”고 했다.

하 작가는 1980년에 서양화가라는 사회적인 이름을 얻었다.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대회에서 30여 차례 입상했고 개인전과 단체전도 수십 차례 개최했다.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열린 하윤보 작가 초대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동반’ 2025. 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용인 다올갤러리에서 열린 하윤보 작가 초대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동반’ 2025. 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자연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가 하윤보의 작품 ‘따사로움으로’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자연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가 하윤보의 작품 ‘따사로움으로’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널찍한 전시장 곳곳에 자리한 그림은 작가가 오래도록 고민하고 곱씹어온 자연에 대한 기록물이다. 처마 아래 둥지를 튼 제비떼, 텃밭에서 캔 감자, 소와 개울을 건너는 농부, 검푸른 바다 위 붉게 물든 황혼… 이런 모습은 현대사회 흐름 속에서 자연의 본질을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보존’이라는 개념으로 자연이란 주제를 풀어가려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 “자연이 시간이 흐르며 인간에 의해 변화하고 때로 훼손되기도 하죠. 눈앞에 펼쳐진 자연 속 풍광을 후손들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연의 본래 모습을 사각 캔버스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윤보 작가의 작품 ‘둥지’.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하윤보 작가의 작품 ‘둥지’. 2025.3.18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작가는 퍼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법으로 입체감을 살린다. 흰 도화지에 퍼티를 발라 생동감을 더하고 그 위 또다시 채색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퍼티 작업을 한 부분에는 유독 더 거친 생명력이 느껴진다.

김경호 다올갤러리 관장은 “아트페어에 최적화된 상업성만을 꾀하는 작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하윤보 작가는 그런 이들과 달리 자신만의 색채를 지켜나가고 있다”며 “신진 작가 발굴 등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갤러리를 연 만큼 이번 초대전을 통해 하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