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다른 니즈 속 민간·지역사회 함께 참여한 교육

지역특색 맞춘 화성·오산 공유학교… AI부터 e스포츠까지

올 3월서 내년까지 19개 학교 신설 등 과밀학급 해소 주력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고 다채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김인숙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교육장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김인숙 교육장. /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김인숙 교육장. /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화성·오산은 경기도에서도 가장 젊은 도시로 손꼽힌다. 젊다는 건, 수요가 다양하고 또 많다는 것.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학부모들이 상당수라 교육을 향한 관심과 열망이 크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이라 함은, 여전히 ‘대입의 성공’으로 귀결되는 모양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요즘 젊은 부모들은 피부로 느낀다. AI 같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금세 찾아온다는 걸. 연산을 잘한다고, 파닉스를 빨리 뗐다고, 과학고를 갔다고,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가 창창할 것 이란 보장은 없다는 걸, 직감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불안하다. 어떻게 교육해야 지금보다 열린 미래를 아이에게 줄 수 있을까. 사교육에 목을 매면서도 자꾸만 공교육에 ‘길’을 요구하고 ‘마음’을 의지하는 것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37년간 학생을 가르치는 교단에서, 교육정책을 만드는 교육청에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고민하고 지켜 온 김인숙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물었다. 화성오산 지역에서 공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교육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의도가 선해야 하고, 그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며, 결과도 교육적으로 유의미해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미래교육청으로 새출발하며,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미래교육을 실천해 학생 개개인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도 그러한 의미입니다.”

구체적으로 김인숙 교육장은 공교육이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니즈가 다양합니다. 단순히 국어 수학 영어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잖아요. 어떤 학습을 독자적으로 교육할 수 도 있고 또 다양하게 융합해서 복합적인 학습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건 학교 혼자서는 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지자체, 지역사회를 모두 잇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그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죠. ‘미래온, 화성오산 다이음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학교는 실수요를 예측하고 그 수요에 따라 지원청이 교육과정을 분석해 학교 영역에서 하기 어려운 강좌들을 개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공교육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강좌라면 지자체와 지역사회와 연결해 외부 심화프로그램을 만들고요. 특히 화성과 오산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굉장히 교육 지원에 열성적이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화성과 오산의 지역특색 자원을 활용해 ‘생태환경’ ‘다문화’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화성의 경우 7개 이음터 공간을 활용해서 AI키움, 진로코칭, XR 메타버스 공유학교 등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첨단 기술 관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엔 화성 송산포도를 활용한 요리 프로그램이 개설됐는데, 화성 내 초등학교 64개교에서 2천36명 학생들이 참여해 높은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오산 역시 ‘오산 나래 공유학교’를 통해 소리울 도서관에선 음악활동을, 꿈빛나래청소년문화의집에선 요리 실습을, 중앙청소년문화의집에선 사물놀이 활동을 진행했다. 최근 각광받는 종목인 e스포츠도 경기실습실과 방송실을 갖춘 오산대와 협력해 e스포츠 공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화성 다가치 마음코칭 공유학교 1기 학생들 모습 /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제공
지난해 화성 다가치 마음코칭 공유학교 1기 학생들 모습 /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제공

지역사회 원하는 교육 지원… ‘안전망’ 구축 우선

‘7세고시’‘대치맘’ 등에 “불안해하지말라” 조언

김인숙 교육장은 이를 지역교육을 위한 ‘지역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함께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말이다. “학교가 이를 전담하게 되면 결국 교사 부담만 커지는 꼴입니다. 지원청이 다양한 행정을 묶는 중요한 고리가 돼 학교와 학교를 잇고 또는 학교와 학교밖을 잇는 역할을 하는 거죠. 화성과 오산시 입장에선 교육은 ‘정주성’과도 상당히 연관성이 있습니다. 단지 학원가가 많다고 교육하기 좋은 것만이 아니에요. 얼마나 지역의 공교육이, 지역사회가 실수요자 입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아, 이 곳에서 계속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 교육지원청이 모두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촘촘한 ‘교육안전망’을 만들어 제공해야죠.”

아울러 신도시 개발 등으로 학령인구가 급증하는 화성·오산의 고질적인 ‘과밀’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물었다. “화성오산지역 현안은 과대과밀학급 해소가 맞고 이를 위해 교육시설 확충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올해 3월1일자로 화성오산 지역에 신설되는 학교는 초·중등 8개교가 개교했고, 올해 9월1일자로 초등 3개교, 내년 3월1일자로 초중등 8개교가 추가로 개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 내에선 가장 많은 신설학교들이 들어서고 있죠. 지원청은 계속 수요를 파악하고 꾸준히 시설 확충을 위해 모듈러 교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밀을 해소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이른바 ‘7세고시’가 화제가 되고, ‘대치맘’ 패러디가 세간에 오르내리며 대한민국 교육을 비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부동산 시장 만큼이나 교란된 우리 교육에 불안을 느끼고, 그로인해 교육마저 ‘각자도생’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또 결국 원인이다. 김인숙 교육장은 ‘불안해하지 말라’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저도 아이를 키운 워킹맘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면서 똑같이 불안했고 좌충우돌도 있었습니다. 키워보니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고 타고난 것이 달라 저마다의 방법이 있고 길이 있어 믿고 기다려주면 됩니다. 저 역시 7세고시와 같은 현상들을 걱정하고 있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교육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학교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학생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고 다채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