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했습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다큐들이네요. 각각의 이야기는 현대사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 한국 다큐를 관람하러 극장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숨’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정돌이’ ‘두 사람’ 등 다큐 4편을 소개하면서 인천에서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을 알려 드립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 다룬 ‘숨’

지난 12일 개봉한 윤재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숨’은 죽음을 마주하는 세 인물을 통해 삶과 죽음의 내밀한 풍경을 조명합니다. 사는 의미와 죽는 준비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입니다.
파지를 줍는 노인, 시신의 몸을 닦고 장례를 주관하는 장례지도사,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유품정리사의 일상을 따라가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입체적 사유와 해석을 전합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키는 경험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영화공간주안과 인천미림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정년이의 진짜 이야기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유수연 감독의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는 TV 드라마 ‘정년이’로 최근 주목받은 여성국극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지난 19일 개봉했습니다.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 황지영이 1세대 여성국극인 조영숙과 함께 현대 여성국극의 길을 찾는 다큐입니다. 1950년대부터 2025년까지 시대를 초월한 1~3세대 여성국극인들이 통합된 무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공연예술을 넘어 시대적 맥락 속에서 여성 국극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정년이’의 인기에 힘입어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인천에서도 상영하는 극장이 많은데요. 현재 영화공간주안, 인천미림극장, CGV 인천, 롯데시네마 부평, 메가박스 인천논현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출 청소년의 시선으로 포착한 80년대 학생운동 역사 ‘정돌이’

지난달 12일 개봉한 김대현 감독의 ‘정돌이’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14세 소년이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고려대 학생을 만나 ‘정돌이’란 별명으로 고려대에서 산 이야기입니다. 장구 명인이 된 송귀철의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정돌이가 고려대 캠퍼스에 들어온 격랑의 시기 19876년을 배경으로 6월 항쟁 등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아이의 시선으로 포착해 뜨거운 울림을 전합니다.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관람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미림극장에서는 내달 6일 오후 4시 김대현 감독과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상영회와 함께 마련된다고 합니다.
파독 간호사 레즈비언 커플의 40년 인생과 사랑 ‘두 사람’

‘두 사람’은 1070년대 파독 간호사 신분으로 만난 이수현, 김인선 두 사람의 인생과 사랑을 담아낸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입니다. 지난달 12일 개봉했습니다.
반박지은 감독이 우연히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며 시작된 이 작품은 4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민자이자 성소수자 커플로 살아온 두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한 편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입니다. 현재 상영관이 많이 줄어서 수도권에서는 서울 종로구 에무시네마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 외 지역 곳곳의 예술·독립영화 상영관에선 상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