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안 주려… 축의금 등 사양

특권의식 내려놓겠단 의지 풀이

“딸 결혼을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경기지역의 한 지자체장이 주위에 철통 보안을 요구한 채 자녀 결혼식을 치러 귀감이 되고 있다.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축의금은 물론 예식장 방문도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결혼식은 인륜지대사로 두 사람의 결혼을 만천하에 알리고 하객들의 축하 속에 진행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120만 수원특례시의 수장인 이재준(사진) 시장은 달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지난 주말 수원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 시장의 장녀 결혼식은 여느 유력 정치인들의 자녀 경조사와는 사뭇 달랐다. 전혀 과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지역 정·관계를 비롯해 재계, 학계, 언론, 사회단체 등에서 보내온 수많은 축하화환과 축의금 행렬, 그리고 혼주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하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서 이 시장은 딸 결혼과 관련 일체의 발언을 금지(?)시키고, 예식장 방문 역시 자제를 요청해 직원들이 난감해 했다고 한다. 이날 결혼식장의 모습은 이런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공무원은 “이재준 시장의 장녀 결혼식은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던 합법적인 정치자금 마련 및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과거 정치권의 경조사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최근 중앙정치권에 이어 지자체장 사이에서도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비공개 결혼식·경조사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 의식이 바뀌었고 정치권이 특권의식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시의원은 “청첩장을 받지 않아 가보지도 못하고 축하도 해주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시민들의 민심을 헤아리고 지역 정서에 맞게 양가 가족·친지들과 지역에서 조촐하게 치른 것 같다”면서 “이런 투명한 모습이 공직사회의 전반으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