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 근무 당시 ‘연금’ 화두

일터 나와 재해보상법 개정 목소리

추서에 맞는 연금 보장… 7월 시행

“대학생활 시작… 저 챙기며 살래요”

김한나씨는 지난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다.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한 상사처럼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다가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서해 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수원 행궁동 연무대 인근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1년 전부터 수원문화재단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무대 매표소에서 수원화성 어차를 이용하거나 국궁 체험을 하러 온 이들에게 표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전사자 동판.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상국 상사. /경인일보DB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전사자 동판.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상국 상사. /경인일보DB

“수원화성을 곁에 두고 일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죠. 자연을 바라보면서 일하니까요. 힘들고 지쳐 있었는데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연을 배경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때가 많습니다. 동료와 직원분들이 배려해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국궁 체험터와 행궁동 성곽길을 바라보며 일할 땐 평온하고 차분해지기까지 하거든요.”

김씨는 일을 하다보니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연무대 관광객 중 외국인이 많다는 점을 반영해 매표 창구 앞에 영어로 작성한 안내문을 내걸었고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안내 종이도 작성해 표 구매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수 있고, 한번 타면 정해진 곳에서만 내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에요. 그때 그때 외국어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큰 일을 한건 아닌데 뿌듯하기도 해요.”

김한나씨는 지난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다.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문화재단 직원으로 연무대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다. 2025.3.27/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김한나씨는 지난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다.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문화재단 직원으로 연무대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다. 2025.3.27/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사실 김씨가 이곳에서 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광주시청에서 일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직장을 떠났다. 이후 꽤 오랜 기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2013년에 입사해 6년동안 시청에서 일했어요. 감사한 일이었죠.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할일이 끝났다 싶었는데 순국한 공무원 유족에 대한 연금 문제가 불거졌거든요. 공무원은 아무래도 활동에 제약이 많으니 우선 직을 내려놨던거죠.”

김씨는 퇴사 후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촉구하며 길거리에 나섰다. 이 법은 순국한 군인 등의 유족이 추서된 계급에 맞게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한나씨는 지난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다.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문화재단 직원으로 연무대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다. 2025.3.27/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김한나씨는 지난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다.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이다 순국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문화재단 직원으로 연무대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다. 2025.3.27/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목소리를 낸 지 4년여만인 지난해 12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올해 7월 시행을 앞뒀다.

그날 이후 온전했던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김씨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자신을 돌보는 여느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씨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못다한 공부를 하려고 올봄 대학교 수강신청을 했어요. 경영학과 3학년 생활을 시작한건데요. 그간 제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거 같더라고요. 앞으로는 정치권에 제 의견을 내는 것뿐 아니라 저도 챙기면서 살고 싶어요. 흔히들 말하는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