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광탄(廣灘)은 이름 그대로 여러 하천이 모여 넓은 여울을 이루는 곳이다. 광탄에는 일명 태극기 마을로 알려진 ‘파주 3.1 만세운동’ 발상지인 발랑리가 있다.
발랑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인근 오미, 토란이, 원터, 새말을 병합하여 ‘발랑리’라고 했다. 본래 마을 뒤 골짜기에 절이 있었는데, 그곳 스님들이 등에 ‘바랑’ 망태기를 지고 드나들었다고 해서 바람골, 바랑골, 바랑동 등으로 불리다가 발랑리가 되었다고 한다.
파주 3.1 만세운동의 발상지
발랑리는 106년 전 일제의 탄압에 항거해 일어난 ‘3.1만세운동’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깃들여 있는 마을이다.
“1919년 3월 1일 정오 2천만 겨레의 함성은 신분과 계층, 지역과 종교를 초월해 ‘삼천리 금수강산’을 뒤흔들었고, 세계만방에 우리 민족의 기개를 떨쳤다.”
발랑리 애국선열을 기리며 지난 2021년 태극기 마을의 파주독립광탄공원에 건립된 ‘3.1 독립만세운동기념비’에 적힌 내용이다.

1919년 3월 27일 발랑리 심상각, 김웅권 선생 등 19인 동지회가 주축이 된 광탄면 주민 수백 명은 광탄면사무소 앞에서 만세시위를 시작했고, 다음날 조리읍 봉일천 시장으로 번져 5천 명이 넘는 대규모 3.1만세 행진으로 이어지며 파주 항일독립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파주시는 광탄지역의 대규모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고, 파주 출신 독립유공 선열들의 우국충정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이곳에서 ‘파주시 항일독립항쟁 애국선열 합동추모제’를 봉행하고 있다.
또 2012년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발랑리 마을을 ‘태극기 마을’로 선정해 현재 발랑1리에서 발랑3리까지 발랑리 전체 180가구, 기념공원 게양대, 도로변 등에는 365일 1년 내내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의마총(義馬塚)
충의공 이유길 의마총은 이유길 장군의 의로운 말이 묻힌 돌무덤으로 ‘이유길의 허장(虛葬:오랫동안 생사를 모르거나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 시신 없이 그 사람의 옷가지나 유품으로 장례를 치름)’ 묘역에 있다.
이유길(1576~1619) 장군은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들어가 명량해전 등에서 공을 세웠다. 이후 조선 광해군 때 후금이 명을 침략하자 명나라 원군으로 출정했다가 1619년 심하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유길 장군은 전사하기 전, 입고 있던 한삼 소매를 찢어 ‘삼월사일사(三月四日死)’ 다섯 글자를 써서 말갈기에 맨 뒤, 말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말은 3일 동안 밤낮으로 달려 집에 도착해 이유길 장군의 죽음을 알린 뒤, 구슬피 울다 쓰러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심암유고’ ‘연재집’ ‘연려실기술’ 등에 전해 진다.
이후 이유길 장군은 병조참판으로 추서되었고, 말이 묻힌 무덤은 ‘의마총(義馬塚)’이라 불리게 되었다. 의마총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사료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발랑저수지
발랑리 마을의 가장 위쪽 야산 계곡에 ‘발랑저수지’가 있는데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져 경관이 뛰어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으며, 비암저수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새벽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수심 4∼5m에 물이 맑고 붕어, 잉어, 향어 등 어종이 풍부해 과거에는 낚시터로 명성이 높았지만, 수질 보존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주변에는 각종 희귀, 멸종위기 식물, 자생식물로 조성된 벽초지수목원과 세계문화유산 파주삼릉이 있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