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바람은 영구결번… “‘랜더스 승리 위해’ 함께해 주실거죠?”
SK와이번스서 SSG랜더스까지 22년 동안 팬들과 소통… 인천 프로야구 산증인
고지선 치어리더 보며 활동 꿈 키워… 화려한 모습 뒤에 온몸 상처 고통 겪기도
체력 키우려고 운동하다 ‘머슬퀸’ 대회 출전, 팬·후배 동기부여 생각에 더 노력
목표 40살서 할 수 있는 나이까지 변경… 올해도 우승까지 팬들과 응원하길 소망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천만명의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도 역대 최초로 개막 2연전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관중들의 응원을 진두지휘하는 치어리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치어리더가 해외로 진출할 정도로, 야구선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최장수 치어리더로 활동 중인 배수현(40)씨는 SK와이번스에서 SSG랜더스로 이어지는 인천 프로야구의 산증인이다. SK와이번스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해 2021년 SSG랜더스로 팀이 변경된 후에도 그는 인천SSG랜더스필드(문학경기장)의 응원단상에 오르며 22년 동안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배수현씨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올 시즌에도 팬들과 기억에 남는 응원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씨는 2003년 프로야구 시즌부터 SK와이번스-SSG랜더스 소속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와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당시 응원단으로 활동하던 고지선 치어리더의 모습에 반해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고지선씨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SK와이번스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1세대 치어리더다. 배씨는 “야구장 근처에 있는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살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자주 도원야구장을 갔었다”며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춤을 추고, 열정적으로 관중들과 응원하는 치어리더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은 겉으로 매우 화려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수많은 땀 방물이 모여야 가능한 고된 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위나 추위에 상관없이 3시간 넘게 웃는 얼굴로 격렬한 춤을 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무릎이나 팔, 어깨 등을 다치는 일은 다반사다. 배씨도 무릎에 물이 차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단상에 오를 때도 있었고, 인대도 많이 다쳤다고 한다. 그는 “응원하다 보면 몸이 아프고 정말 힘든 순간도 많지만, 팬들 덕분에 힘을 내서 활동할 수 있었다”며 “항상 따뜻한 격려를 해주는 팬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치어리더로 더 오래 열심히 활동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은 그녀를 ‘머슬퀸’으로 만들어줬다. 배씨는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프로 비키니 선수로도 활약 중이다. 그는 “30대 들어서면서 치어리더를 더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에 체력을 기르고자 운동을 시작했는데, 대회에도 나가게 됐다”며 “경기장에서 팬들로부터 ‘언니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러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고지선 치어리더를 바라보며 활동을 시작한 배수현 씨는 이제는 다른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배씨와 함께 하고 싶어 SSG랜더스에 합류한 치어리더들도 많다.
그는 “같은 팀에서 활동하다 다른 곳으로 이적한 후배들이 가끔 전화로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며 “후배들이 ‘언니처럼 오래 활동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뿌듯하고,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딱 마흔까지만 일하고 박수칠 때 떠나자는 마음이었다”며 “이제는 목표가 조금 바뀌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살 이상 어린 친구들과도 활동한 그는 “내가 가르쳐주는 부분도 있지만, 후배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기도 한다”며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배수현씨는 오히려 후배들 덕분에 치어리더 업계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이 열심히 활동해 준 덕분에 제가 처음 시작할 때보다 치어리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많이 달라졌고, 치어리더들이 받는 대우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후배들이 정말 기특하고,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SK와이번스부터 이어진 SSG랜더스의 역사는 올해 25년째를 맞는다.
배수현씨는 팀의 25년 중 22년을 보낸 상징 같은 존재다. 배씨보다 SK와이번스-SSG랜더스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SSG랜더스 팬들 사이에선 배수현 씨가 만약 은퇴하면 ‘영구결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2027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청라돔’에서도 배수현 치어리더가 응원단상에 오르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배수현 씨는 “프로야구 선수도 아닌데 영구결번 이야기까지 해주는 팬이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항상 좋은 에너지를 받으면서 힘을 내고 있는데 과분한 사랑까지 줘 반드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이어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팬들이 원하는 시기까지 활동하려면 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면서 아쉽게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치어리더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우승을 함께한 그녀는 올해는 꼭 포스트 시즌 경기를 응원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배수현 씨는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올해는 꼭 우승이라는 영광의 순간을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소망한다”며 “올해는 팬들과 끝까지 야구를 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배수현 치어리더는?
▲1984년 7월 인천 출생
▲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 졸업·인천전문대 무용과 졸업
▲2003년~ SK와이번스-SSG랜더스 치어리더
▲2011년~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구미·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치어리더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