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호암미술관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눈앞 풍경 담아내는 ‘금강산’ 정물 세세한 디테일
상상속 수직 절벽·수목 ‘관념’ 문인화가 자부심도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전시 ‘겸재 정선’이 오는 6월29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정선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 165점을 선보인다.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정선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당시 화단을 이끌었다. 그런 정선의 화업을 보여주기 위해 호암미술관과 대구 간송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등을 통해 구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1·2부로 나뉜다. 1부 ‘진경에 거닐다’는 진경산수화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상상 속 산수를 그리는 관념산수화가 주를 이루던 시절 정선은 눈앞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는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다.
정선은 36살 때 금강산을 처음 여행한 뒤 여러 차례 작품 소재로 ‘금강산’을 택한다.

전시실에선 정선의 예술적 언어로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입구에는 정선의 대표작인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가 자리한다.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을 그린 금강전도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린 진경산수화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은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뚜렷하게 대비돼 표현된다. 1733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전도와 달리 1751년 작품인 인왕제색도에는 거침없는 필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인왕제색도에 담긴 다양한 변형은 정선의 노년기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인왕제색도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 포함된 작품으로, 다음달 6일까지만 전시되며 7일부터는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보물 ‘풍악내산총람도’가 자리를 대신한다.

정선이 1711년에 그린 풍악도첩의 ‘금강내산총도’와 1747년 작품인 해악전신첩의 ‘금강내산’도 나란히 자리한다.
작품은 각각 정선이 36살과 72살 때 작업한 것으로, ‘금강산 그림의 대가’로 불리는 정선의 화풍이 변모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초반에는 정물을 디테일하게 그려냈으나 노년기에는 세부적인 묘사를 대신해 안정적인 구도 속 힘있고 기세 넘치는 필치를 선보인다.
2부 ‘문인화가의 이상’은 진경산수화가 아닌 다른 화목에 정통했던 정선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문인 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던 정선의 모습은 다수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보물로 지정된 ‘여산초당’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산은 당대 문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산이다. 한국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정선은 수직 절벽과 짙푸른 수목 등 특유의 화법을 통해 상상 속 산인 여산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런 이유로 관념산수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 요소는 ‘색채’다. 작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사용한 색채는 여산초당이 진경산수화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산초당도 오는 6월1일까지 전시된 뒤 여산 폭포를 그린 작품 ‘여산폭’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본격적인 준비만 3년이 걸렸고, 전시를 통해 겸재 정선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작가로서의 화풍이 드러나는 작품 외에도 정선의 자의식이나 생활 등이 담긴 작품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