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품은 인천 강화 전등사

 

381년 한국 불교 초기 창건한 最古 사찰

전등사는 불법의 등불을 전한다는 의미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

도편수가 사모하던 여인서 유래한 전설

 

심신 안정·내면 성찰 ‘템플스테이’ 강화

수행의 길 안내하고 마음의 쉼터 역할도

4월 만개한 벚꽃 뒤로 보이는 전등사 대웅보전. /전등사 제공
4월 만개한 벚꽃 뒤로 보이는 전등사 대웅보전. /전등사 제공

인천 강화도는 예로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 섬이다.

고려 대몽항쟁기에는 39년(1232~1270) 동안 임시 수도였으며, 조선시대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때에는 조정이 보장지처(保藏之處)로 삼았다.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때에도 서구 열강의 군사 침탈에 맞선 민족적 자긍심와 아픈 역사를 동시에 가진 섬이 강화도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천년고찰 전등사(傳燈寺)는 강화의 역사와 함께했다.

강화에 서린 단군 신화를 연원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게 되는 요즘이다. 강화를 찾아, 전등사를 찾아 역사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그렇다고 심각한 생각으로 여행 일정을 짤 필요는 없다.

봄기운을 품고 벚꽃이 만개하는 전등사는 전국의 어느 사찰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예술과도 어우러진 사찰이다. 평온한 삶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도 준비돼 있다.

■ 현존하는 최고(最古) 사찰

전등사는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때는 372년이다. 전등사는 현재 그 소재를 알 수 없는 성문사, 이불란사에 이어 한국 불교 초기에 세워졌다. 현존하는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도량이다.

전등사는 진나라에서 건너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아도화상은 강화도를 거쳐 신라 땅에 불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도화상이 강화도에 머물 당시 지금의 전등사 자리에 지은 절을 ‘진종사’(眞宗寺)라 불렀다.

하늘에서 본 전등사 전경. /전등사 제공
하늘에서 본 전등사 전경. /전등사 제공

진종사가 1282년 전등사로 이름을 고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먼저 고려 임시 수도 ‘강도’(江都) 시기 역사를 살펴야 한다. 전등사는 길이 2.3㎞의 삼랑성이 둘러싸고 있다. 고려 고종은 1259년 삼랑성 안에 가궐(假闕·임시 궁궐)을 지었고, 이를 계기로 진종사는 크게 중창했다.

이때는 대몽항쟁기였다. 고려 조정은 현재의 팔만대장경을 만들고자 1245년 선원사를 창건했는데, 그 무렵에도 오랜 역사를 가졌던 진종사가 대장경 조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등사라는 이름은 고려 충렬왕의 왕비인 정화궁주가 진종사에 경전과 옥등을 시주한 것을 계기로 새롭게 붙였다. ‘불법(佛法)의 등불을 전한다’는 의미다.

팔만대장경과 인연이 깊은 전등사는 기록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조실록은 전등사에서 지켜낸 정족산사고본(1천181책)만이 유일하게 모든 책으로 남아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1866년 프랑스가 병인양요를 일으켰을 때 전등사 스님들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서책을 토굴로 옮겨 지켰다.

지금도 전등사 대웅전과 약사전은 국난에 스러진 무수한 병사들의 이름을 품고 있으며, 병인양요 때 정족산성을 사수한 양헌수 장군의 승전비가 사찰 동문 앞에 세워져 있다.

전등사를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 신화와 호국 정신이 교차하는 장소이며, 현재는 둘레길이 조성돼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전등사 제공
전등사를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 신화와 호국 정신이 교차하는 장소이며, 현재는 둘레길이 조성돼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전등사 제공

■ 나부상 전설과 현대미술의 공존

전등사는 대웅보전, 약사전, 명부전, 삼성각 등 법당과 근래에 조성한 현대식 법당이자 복합문화공간인 무설전, 전통찻집 죽림다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수리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대웅보전은 보물 제78호로,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전등사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의 전설도 유명하다. 대웅보전 건립에 참여한 도편수가 사모하던 여인이 사라져 힘들어 하다가 처마 네 군데에 지붕을 떠받치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만들었다는 전설이다.

물론 학계에서는 나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나찰, 원숭이, 원나라 제국대장 공주 등으로 다양하다. 나부상을 무엇으로 보든 부처의 말씀을 반영한 조각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게 전등사의 설명이다.

전등사 경내에 전시되고 있는 이영섭 작가의 발굴조각 작품 ‘마애불’. 2025.3.3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전등사 경내에 전시되고 있는 이영섭 작가의 발굴조각 작품 ‘마애불’. 2025.3.3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전등사는 약사전(보물 제179호), 전등사 철종(보물 제393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 제1785호),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일괄(보물 제1786호), 묘법연화경 목판(보물 제1908호) 등 국가 유형문화유산과 함께 약사전 현왕탱(인천시 유형문화유산 제43호), 약사전 후불탱(인천시 유형문화유산 제44호), 청동수조(인천시 유형문화유산 제46호) 등 무수한 문화유산과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술을 품은 사찰이기도 하다. ‘발굴조각’으로 유명한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와 마애불 등을 전등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무설전 서운갤러리에선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연중 열리고 있다. 현재 서운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청년 작가 이유지의 개인전 ‘KARMADAISE’는 오는 8월 말까지 볼 수 있다.

■ 마음의 안식을 찾아 “나는 절로”

최근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전등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등사 템플스테이는 크게 ‘휴식형’(평일)과 ‘체험형’(주말)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새벽 예불, 참선 수행, 발우 공양, 다도 체험, 사찰 순례, 울력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전등사는 현대인들의 심신 안정과 내면 성찰을 돕기 위한 선명상 템플스테이를 한층 강화했다. 기존 요가 프로그램과 함께 새로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해 더욱 체계적인 수행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등사는 매달 요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수행법을 실천해 왔다. 요가는 신체 이완과 호흡 조절을 통해 명상에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행법 중 하나다.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요가와 명상을 체험하면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온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전등사 템플스테이. /전등사 제공
전등사 템플스테이. /전등사 제공

전등사는 새롭게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을 기존 좌선 명상뿐 아니라 걷기 명상, 마음 챙김 명상, 사마타(집중 명상)와 위빠사나(통찰 명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상태에 맞는 명상법을 선택하고 수행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전등사 주지 여암스님은 “명상과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조화롭게 만들어 수행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더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통해 평온한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등사 선명상 템플스테이는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명상과 수행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전등사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 확장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수행의 길을 안내하고, 마음의 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