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극단 뮤지컬 ‘원미동 사람들’

인생 말하는 임씨역… 호평에 보람도

광주시장·PD·도시농사 등 경험 다채

“나이가 도전 막진 못해 계속 달릴 것”

배우로 변신한 전 광주시장 신동헌. 연극 무대위에서 극중 분장을 한채 촬영을 했다. /광주시민극단 제공
배우로 변신한 전 광주시장 신동헌. 연극 무대위에서 극중 분장을 한채 촬영을 했다. /광주시민극단 제공

“아마추어라고 해서 봐주질 않죠. 전에 시장했던 사람이라고 봐줄리도 없구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저 양반이 언제 틀리나 그거 유심히 본다고. 연극 출연자중 최고령자인데 민폐끼치지 않으려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광주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연극 페스티벌(맛있는 연극)이 한창인 가운데 한 공연포스터의 출연진 소개에 다소 낯익은 이름이 들어온다. 첫 이름을 장식한 ‘신동헌’. 몇년 전까지 광주시장이란 타이틀이 붙었던터라 광주시민들에게는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그가 이젠 광주시민극단 소속 연극배우라는 타이틀로 다시한번 시민들과 호흡하고 나섰다.

“지난해 들어와보니 극단내 최고령이 됐다. 연극은 KBS에 PD로 재직할 당시 ‘문화가산책’이라는 프로그램하며 옆에서 구경만 했지 직접적 경험은 없다. 그러다 이기복 광주시민극단 단장이 딱 맞는 역할이 있다고 제안해 시작했는데 솔직히 쉽지많은 않다”고 배우 신동헌은 털어놨다.

연극은 약속대련과도 마찬가지라 민폐가 되진 않을지 고민이 많다고 얘기한다. “연극은 서로 주고받는 대사나 이런게 많은데 내가 실수하면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상대배우나 극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부담이 크다. 그러다보니 대사를 외우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대학입시 준비 이후로 이렇게 달달달 외운 적이 없는데 나이도 있고 힘에 부칠때도 있다”고 전한다.

대학 입시 이후로 이렇게 외워본 적 없는데… 마지막 대사 뱉으며 참 뿌듯했어요.

배우로 변신한 신동헌 전 광주시장. 원미동에 모여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잡부인생을 맡아 평소 쓰던  안경도 벗고 수염도 기르고 몸무게도 감량했다. 공연에 올라가기전 분장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배우로 변신한 신동헌 전 광주시장. 원미동에 모여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잡부인생을 맡아 평소 쓰던 안경도 벗고 수염도 기르고 몸무게도 감량했다. 공연에 올라가기전 분장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양귀자의 원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뮤지컬 버전인 이번 연극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임씨’라는 잡부다. 하지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비중있는 인물이다. “임씨는 인생 바닥에서 연탄도 나르고 쌀도 나르고, 어떨때는 하수구며 화장실도 고치고 뭐 닥치는대로 다 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를 낮춰보기도 하지만 진가가 드러나는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시대배경이 1980년대인데 지금 우리 상황에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거기서도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 사실 이 극의 마지막을 임씨가 마무리한다. 인생의 길은 이런거다라는 걸 암시적으로 얘길해주는데 참 뿌듯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 작품으로 4회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작품이 워낙 좋고, 우리가 살아가는 얘기다보니까 많이들 공감이 되서 그런지 관객들 반응이 좋다. 지금의 정치나 사회 모습 이런거봐도 물고뜯고 하는데 작품 대사에 많이들 녹여져 있어 좋게봐주시는 것 같다. 역할도 그렇고 훈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도 있어 보인다”고 얘기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 연극 제안이 들어왔을때 극구 사양했다. 민폐가 될까봐서다. “대사 분량이 은근히 많다. 6장은 거의 내가 마무리를 하는데 대사를 못외우면 망신아닌가 하는 생각이 됐다. 같이 연극하는 분들이 열정이 넘치고 다들 젊다”는 그는 “나이가 있다고 못한다는 핑계는 대기 싫었다. 73세인데 이 나이되서 못할게 뭐있나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잘 외워지지 않았지만 달달 외웠고 포기하지 않고 했더니 되더라”고 말했다.

주변 반응도 나쁘진 않다. “며칠전 밥먹으러 갔더니 ‘연극한다면서요?’하고 누가 물어봤다. 사람들이 전에 시장하던 이가 연극을 한다니 그 자체로 호기심을 갖더라. 나이가 많은데도 도전한다며 그 자체를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이번 역할을 하기 위해 그는 덥수룩하게 수염도 기르고, 등산을 하며 체중도 감량했다. 극중 배역 임씨를 분석하며 그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것이다. 관객들도 연극속 인물에 몰입감이 높았다고 평한다. 전업배우가 아님에도 그 열정이 캐릭터를 소화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연극이 전업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얼마전에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난 뭐가 되겠다하는 목표지점을 갖고 있진 않다. 내 인생을 보면 PD도 했고, 도시농사꾼도 했고, 서울에서 고위공직자도 했다. 광주시장도 역임했다. 인생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뿐이다. 나이가 많아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우울증 밖에 더 걸릴까하며 오늘도 달려간다”고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