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텃세 제치고 금메달(2025 하얼빈 동계AG)… “멀리 안 보고 하루하루 달렸어요”
韓 세계 제패 뒤엔 최 선수 존재, 2022년 이후 태극마크 내려놨다 복귀… 올해 AG 500·1000m·2000mR 금빛 결실
성남시청 입단 후 좋은 성적 “다른 팀 비해 분위기 좋아”… 내년 3번째 동계올림픽 준비, 집중·평정심 찾기 구슬땀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6·성남시청)은 세계가 인정한 여자 쇼트트랙 선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세계를 평정하게 된 배경에도 최민정이라는 든든한 선수가 있어서다.
최민정은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재정비 차원에서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2024~2025 시즌에 다시 복귀해 금세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특히 그는 지난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500m와 1천m에 이어 혼성 2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계 아시안게임 3관왕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이런 최민정을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최민정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대한 평가를 묻자 “우선 대표팀 복귀 시즌인데다 아시안게임처럼 중요한 대회도 있었는데, 다행히 성공적인 결과를 내서 보람찼다”고 자평했다.
최민정이 복귀 후 처음으로 가진 무대가 바로 동계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경기에 임하면서 부담감을 갖지 않은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면서도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게다가 이번 아시안게임이 텃세가 심한 중국이어서 어려움이 따랐지만, 목표를 이뤄서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최민정은 지난 2023~2024시즌 후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스케이트를 벗은 것은 아니었다. 계속 개인적인 훈련을 해왔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번아웃 상황이었다는 말도 돌았다. 그는 “2014~2015 시즌에 대표선수 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 사태 빼고는 대표팀에서 쉰 적이 없었다”면서 “평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렀는데 선수생활하면서 쉼없이 달려왔다. 베이징대회 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지친 걸 많이 느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민정의 쇼트트랙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도 국내 대회는 계속 출전했고, 소속팀에서 개인적인 훈련을 하면서 기본기에 집중했다.
최민정은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 (선수생활 전반을) 되돌아 보게 됐다. 어떻게 달려왔고 어떻게 훈련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훈련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면서 “이후 훈련도 기본부터 착실히 다시 시작했고 결국 올 시즌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민정은 기존 간판 선수들과 달랐다. 대개 중심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쉬는 것보다 주로 부상이나 의도치 않은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에서 빠지게 됐고, 이후 대표팀에 복귀도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최민정은 복귀 후 전국동계체전을 비롯 월드투어 1·2차대회, 동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 잇따라 출전해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최민정은 요즘 휴식기를 맞고 있다. 4~5월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쌓은 뒤 이후에는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여름에는 전지훈련을 통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고 10월부터는 대회를 뛰면서 새 시즌을 맞이한다. 그는 “월드투어 및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이 변경되면서 시즌 전 계획도 많이 바뀌게 됐다”며 “체력적인 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에 체력 훈련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자 선수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상향 평준화됐고, 경기 운영적인 부분에서도 생각을 많이 하고 풀어야 한다”면서 “단거리는 속도 부분에서 좋아진 점이 있지만 순발력과 전체적인 파워 부분에선 외국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최민정은 3번째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력이 말해주듯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중에서 맏언니 역할을 맡을 위치다. 그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벌써 올림픽 3차례 출전을 앞두고 있다”며 “운동하면서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멀리 보기보다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또 멘탈 관리에 대해 “단순하고 덤덤하게 생각한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평정심을 갖고 본인에게 집중해야 한다. 여름내내 준비한 결과물이 겨울에 길면 3분, 짧으면 1분에 끝나기 때문에 성적에만 매달리다보면 평소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다”며 “스스로 해야 하기에 운동할 땐 좀더 집중하고 스스로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민정은 지난 2017년 1월 성남시청 빙상팀에 입단 후 좋은 성적을 냈다. 성남시청 직장부 빙상팀에 어떤 계기로 입단했는지에 대해 그는 “학창시절 대부분 성남에서 보냈고, 학교와 병행하기도 좋고 훈련하기 좋은 환경에 있어 시청 직장부에 입단하게 됐다”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크게 어려움이 없도록 시청에서 배려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최민정·김길리·김건희 등으로 구성된 직장운동부 빙상팀을 운영하고 있다. 성남시청 빙상팀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은메달 2개 등 총 6개의 메달을 합작해냈고, 신상진 시장은 현지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대회 직후에는 1억7천1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김길리와 김건희 등과의 관계에 대해 최민정은 “다른 팀에 비해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끼리 사이도 좋아 대표팀에서도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거의 매일 같이 생활하고 훈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됐다”며 “훈련 후 함께 식사하면서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식사 때는 주로 고기를 먹는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늘 해왔던 대로 꾸준히 훈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때 목표는 욕심을 내기보다 제가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꿈나무들에게 “쇼트트랙은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준비한 것보다는 성적이 안나올때도 있고 잘 나올때도 있다.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과가 어떻든 그냥 흔들리지 않고 본인이 해야되는 것만 집중한다면 언젠가는 꼭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최민정은 “경기도민 여러분들의 응원과 성원에 늘 감사하다”면서 “아울러 올해 경인일보도 창간 80주년을 맞았는 데 축하드린다”고 덧붙였다.
■최민정 선수는?
▲서현고~연세대학교~성남시청
▲2025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금메달 ▲제9회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1000m, 혼성계주 2000m 금메달 ▲2024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 ▲2024 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 ▲2021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 ▲2020 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1차 레이스 금메달 ▲2020 ISU 쇼트트랙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3000m 계주, 3000m 슈퍼파이널, 1500m, 1000m, 500m 금메달 ▲2019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3000m 계주 금메달 ▲2018 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500m 금메달 ▲2018 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3000m 계주, 1500m 금메달 ▲2018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개인종합 1위 ▲2018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 슈퍼파이널, 500m, 1500m, 3000m 계주 금메달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1500m 금메달 ▲2017 제8회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1500m 금메달 등

/이영선·김순기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