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농업·소상공·시민 일상… 에너지 혁신, 미래형 도시 ‘풀충전’
조례 제정·지원팀 신설… 중기·정수장 물론
재생에너지로 빚은 막걸리 국제총회 선봬
경기도체육대회 소요전력 100% 충당도
소상공인 맞춤 컨설팅 에너지위즈 운영
아동 교육 ‘알이북’ 시민강사 입문 개설
‘에너지의 날’ 이벤트·수소 통학버스 도입

“파주에서 재생에너지 꽃이 활짝 피고 있습니다.”
파주시 공공에서 시작한 ‘RE100’이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RE100은 최소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을 일컫는 말이다.
■전국 최초 공공재생에너지 공급사업

= 시는 공공의 역할을 행정 수행을 넘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주체’로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는 올해 유휴 시유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후 이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관내 중소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전국 최초의 공공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지방정부가 직접 재생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기존 한국전력 중심 공급체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문산정수장 태양광발전소(1.2㎽)에서 생산하는 연간 1천277㎽h 전력을 중소기업에 ㎾h당 160원으로 30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연평균 5%씩 인상되는 한국전력 평균 요금보다 경제성이 매우 높은 가격이다. 현재 9개 기업이 공급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내년까지 총 5㎽ 발전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는 이 같은 공공재생에너지 공급사업의 안정적 실행을 위해 ‘RE100 지원조례’ 제정과 전담조직인 ‘RE100 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기반구축도 마무리했다.
■시민의 일상 속 ‘RE100’

= 시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기업을 넘어 시민의 삶 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14~1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국제자치단체환경협의회(ICLEI) 세계기후총회에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파주 RE100 막걸리가 선보인다. 파주 RE100 막걸리는 재생에너지가 지역경제와 소비, 생활문화로 연결되는 상징이다.
시는 지난해 경기도종합체육대회 개최 당시에도 전체 경기장 소요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전국 최초의 ‘RE100 체육대회’를 실현했다. 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술을 넘어 생활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태양광 보급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24개 에너지 자립마을에서 약 2㎽ 발전규모의 태양광을 자발적으로 설치했고, 2023년부터는 4개 마을과 단체가 700㎾ 규모의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올해는 270여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태양광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경기도 최대 규모로, 시민이 수요자가 아닌 생산주체로 전환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시는 또 농지법 개정이 완료되는 즉시 영농형 태양광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사전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에너지 전환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과 농촌경제의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균형 있는 지역개발과 에너지 자립형 농촌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에너지 컨설팅으로 에너지설계사인 ‘에너지위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사업을 통해 160개 영업장에 총 456㎾, 연간 3천67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컨설팅을 제공했다. 개별 점포의 전력 사용 패턴과 구조에 맞춰 에너지 절감방안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이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상가 단위 RE100 실현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이는 소외되기 쉬운 소규모 상권까지 포함하는 정책으로, 시는 사회복지시설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며 LED 조명교체사업과 연계할 경우 에너지절감 효과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시 저소득층 및 복지시설의 LED 조명 교체사업예산은 총 3억4천만원으로 경기도 내 최대 규모다.
■유아기부터 RE100 교육

=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 수용성 확대를 위해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20개 어린이집 300여 명 아동에 대한 에너지 교육에 이어 올해는 6~7세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자체 개발한 ‘알이북’을 제작해 배포했다. 시 대표 캐릭터 ‘파랑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친구들이 북극곰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 형식의 알이북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의 개념과 기후위기의 의미를 체험형 학습으로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올해부터는 ‘에너지 시민강사’ 입문과정을 개설했으며 이들은 파주RE100 철학을 마을로 전파하는 ‘그린 앰배서더’로 활동하게 된다. 1기 과정에서 총 10명을 선발해 어린이집, 초등학교, 마을회관, 행정복지센터 등 시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파견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활형 RE100 학교’로 확장 시킬 방침이다.
특히 매년 8월22일 ‘에너지의 날’에는 시민 참여형 이벤트와 체험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에너지를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는 자전거 발전기로 만드는 음료를 나누는 체험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끄는 등 지속가능성과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인식을 확산시키는 도시문화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형 도시기반 구축

= 시는 친환경도시 구현을 위해 전기·수소차 보조금 지원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시 전기차는 5천957대, 수소차는 233대로 2019~2024년 총 652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북부권을 중심으로 한 수소충전소 확충, 민간 수소차 보급확대 유도, 충전시설 연계 행정지원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이동수단의 전환을 도시인프라 전환으로 연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파주형 학생통학버스 ‘파프리카’에 수소버스 7대를 신규 도입하면서 친환경 차가 도심뿐 아니라 교육·복지영역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구조를 실현했다. 이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에서 ‘탄소중립’을 체험하는 교육공간이 된다.
시는 특히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를 ‘탈 탄소정책’에 그치지 않고, 시민교육 및 산업생태계와의 연계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에너지 시민강사 교육과정 중 현대차와 협력해 전기차와 수소차 작동원리 및 구조에 대한 기술교육을 도입, ‘친환경 차’의 중요성을 시민이 직접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이동형 에너지 교과서’가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파주 에너지 꽃은 계절마다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면서 “시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아이부터 농민까지, 공공부터 기업까지, 축제에서 전기차까지 에너지가 시민의 일상이 되는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