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농지 토사 매립하면서 나무들 파묻혀
구조조치 대신 무작정 20년된 수목들 절단
“도로변 황량·도시숲 조성 녹색행정 역행”
원성 쏟아져… 시 관계부서간 불통 논란도

평택시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국도 38호선 서동대로 변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수십여 그루를 인근 농지 개량 과정에서 절단토록 행정 조치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0여 년된 메타세쿼이아로 가득했던 도로 풍경이 황폐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14일 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최근 신평동~팽성읍~원평동을 잇는 국도 38호선 서동대로 10여m 아래의 신궁리 3필지에 농지 개량 목적으로 흙을 매립하면서 도로 옆 경사면에 위치한 수령 21년된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토사에 파묻혔다.
이에 시는 흙에 파묻힌 나무 7그루 등 13그루에 대해 토사를 걷어내는 대신 ‘생육환경 불량’, ‘이식 후 고사확률 높음’ 등을 이유로 원인자 부담금 3천여 만원을 받고 나무를 베어내도록 조치했다. 해당 도로변은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있어 드라이브 명소로 각광받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나무가 베어져 황량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이와관련 지역사회에서는 “사업자 등에게 흙을 걷어내게 한 뒤 나무의 상태를 진단해 살려냈어야 했는데 무작정 나무를 베어내게 한 것은 도시 숲 조성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는 녹색 행정에 역행하는 모순적 행태”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시는 2020부터 올해까지 미세먼지 차단, 바람길 숲 조성 등을 위해 293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고 있으며 그린웨이(녹색 길) 사업도 추진 중인데 이번 메타세쿼이아 나무 절단 행정 조치로 ‘푸른 도시 숲 사업’의 신뢰를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줄 지어선 이 도로는 외지인들이 찾는 드라이브 코스 명소였고 평택의 자랑이었다”며 “나무 절단의 원인을 제공한 도로 점용 및 개발행위 인허가 등에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향후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복구할 예정”이라며 “시 소유 가로수 등 처리와 관련 수목관리 부서와 협의 요청은 없었다”고 밝혀 이번 메타세쿼이아 절단 조치가 시 관계부서 간 협의 부족·불통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