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사회 의식 다채롭게 각인… 소주제에 담긴 조형적 궤적 ‘흥미’

한국판화계 대가 김진하, 전시감독 참여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경희 작가의 작품들. 이경희 작가가 우드 인그레이빙 방식으로 작업한 목판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3.2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경희 작가의 작품들. 이경희 작가가 우드 인그레이빙 방식으로 작업한 목판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3.2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한국 현대목판화의 역사를 조망한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전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에는 한국 판화계의 대가인 김진하 미술평론가가 전시감독으로 참여했다. 김 감독은 “현대목판화를 한데 모은 전시로는 최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한국현대목판화를 제작 시기에 따라 구분하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4개의 소주제로 꾸몄다. 한국현대목판화의 역사는 맹아기(1950~1960년대), 정착기(1960~1970년대), 활황기(1980년대), 실존기(1990~2020년대) 등으로 나뉜다.

일제 강점기 때도 목판화 작업이 이뤄졌지만, 대개 예술작품이 아닌 출판물로 분류됐다. 이런 탓에 경기도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한국 목판화가 태동한 때를 1950년대로 규정했다.

김 감독은 “전쟁 직후에는 물자가 귀해 판화 작업이 어려웠고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실험적이고 다양한 목판화가 등장했다”며 “민중미술이 시작한 건 1980년대”라고 말했다.

이런 연대기적인 흐름은 목판화가 제작된 동시대의 사회와 문제 의식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소주제에 담긴 조형적인 궤적과 시대성은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자아내는 지점 중 하나다.

눈여겨볼 만한 작품으로는 이경희 작가의 ‘우연적 필연’ 등이 있다. 눈목판, 일명 우드 인그레이빙 방식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목판화는 투박한 예술이라는 편견을 깬다. 우드 인그레이빙은 나무의 종단면이 아닌 횡단면을 사용해 작업하는 목판화인데, 색채를 입혀 언뜻 보기에 회화 작품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경희 작가는 “바늘로 목판에 색채를 찍어내는 방식이어서 큰 판을 그리기는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목판화에 질료감, 물질감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목판화의 저변을 넓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국 목판화 작가 67인의 작품 300여점이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1층 뮤지엄숍 ‘벚꽃Chill 상점’에선 MZ세대를 겨냥한 전시연계 굿즈가 또한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는 6월29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