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분당신도시 전경. /경인일보DB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분당신도시 전경. /경인일보DB

5만9천세대 도전 경쟁률 4.9대 1 ‘과열’

공공기여 추가 제공·이주대책 지원 등

분당에만 선정기준 ‘3가지 항목’ 적용

과도한 풀베팅 ‘사업성 악화’ 부메랑돼

4.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1기 신도시 분당재건축 선도지구들이 본격적으로 재건축 절차에 돌입하기도 전에 ‘난기류’에 휩싸였다.

선도지구들은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고, 양지마을에서는 재건축정상화위원회라는 반대 단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칫 선도지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말이 나오고, ‘먼저 재건축을 하는 만큼 감내한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기 신도시 중 분당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선도지구 난기류 실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26일 확정된 분당재건축 선도지구는 ▲샛별마을(라이프·동성·우방·삼부아파트 및 현대빌라, 2천843세대) ▲양지마을(금호·청구·한양아파트, 4천392세대) ▲서현동 시범단지현대우성(현대·우성아파트 및 장안타운건영빌라, 3천713세대) ▲빌라단지 안배 차원의 목련마을(대원·성환·두원·드래곤·삼정그린·미원·화성·대진, 1천107세대) 등 총 1만2천55세대다.

공모 당시 세대수 기준 5만9천여 세대가 선도지구에 도전했고, 이들 단지는 4.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정비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지면 이들 선도지구는 분당의 다른 아파트·빌라단지들보다 우선적으로 재건축 행정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고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선도지구 아파트단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선도지구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를 통해 시의회와 성남시에 “선도지구 공모가 과열되면서 과도한 베팅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선도지구들이 난항에 빠진 주된 이유는 공모 당시 선정기준 중 하나로 100점 만점에 15점이 배정된 ‘도시기능활성화 항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는 ▲공공기여 추가 제공 6점(부지 면적의 1% 추가 1점·5% 추가 6점) ▲이주대책 지원 여부 2점 ▲장수명 주택 인증 3점(우수 1점·최우수 3점)이 포함돼 있다.

이는 1기 신도시 중 분당에만 적용된 항목이다. 성남시는 타 1기 신도시에 비해 규모가 큰 분당만의 특성과 ‘과열 양상’ 등을 감안, 차등을 두기 위해 해당 항목을 포함시켰다.

분당은 선도지구를 둘러싼 과열 양상이 유독 심했다. 실제 주민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미동의 세대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의를 강제하는 사례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됐다. 급기야 국토교통부와 성남시가 지난해 9월 각 추진위에 ‘자제해 달라’는 골자의 공문을 보내는 사태(2024년 9월20일자 1면 보도)가 발생하기도 했다.

분당재건축 선도지구 주민동의 과열 ‘위험수위’… 정부·성남시 ‘자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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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내지는 조작 동의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자 급기야 국토교통부와 성남시가 '문제가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19일 현재 분당 내 아파트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들이 주민동의율 90%를 넘어섰다고 자체적으로 밝힌 곳은 아름마을 풍림·선경아파트, 샛별마을 동성·라이프·삼부·우방아파트, 서현동 우성·현대 아파트, 서현동 삼성한신·한양아파트, 양지마을 금호1·금호3·청구2·한양1·한양2아파트 등 7~8곳에 이른다. 또 빌라단지 중에는 우성·현대와 통합재건축 MOU를 맺은 장안타운 건영3차의 경우 97.9%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주민동의는 선도지구 선정 평가기준에서 100점 만점에 최대 60점을 차지하며 동의율 95%를 넘으면 만점이 배정된다. 선도지구에 도전하는 단지들이 주민동의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동의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문제는 선도지구 공모가 다가오면서 미동의 세대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의를 강제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A아파트단지의 경우 미동의 세대 현관문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000동 마지막 세대!'라는 유인물을 부착했다. B아파트단지는 공용 게시판에 '동의세대 현황'이라는 게시물을 붙여 간접적으로 미동의 세대를 식별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한 주민은 “동의 여부는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임에도 전체에 미동의 세대를 공개하는가 하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방법까지 동원해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의서 징구 방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축관련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과 관련한 동의서 징구는 관련법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면허가 있는
https://www.kyeongin.com/article/1709433

이와 함께 공공기여 추가 제공 등에 대한 문제(2024년7월4일자 8면 보도)도 제기됐다. 52개 아파트단지를 회원으로 둔 ‘분당재건축연합회’(회장·최우식)는 지난해 7월 입장문을 내고 “특별법에 따라 증가한 용적률로 얻은 개발이익을 공공기여를 할 예정인데 왜 분당 주민만 추가 공공기여를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분당 재건축 사업성을 급속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획]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기준 논란 <2> 공공기여 추가 제공

[기획]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기준 논란 <2> 공공기여 추가 제공

에서 '공공기여 추가 제공'은 최고 6점이다. 재건축 총 부지 면적의 1%를 공공기여하면 1점을 주고 5%를 하면 6점을 주는 방식이다. 성남시는 '선도지구 과열 양상'을 감안해 차등을 두기 위해 '공공기여 추가 제공'항목을 포함시켰다는 입장이다. 분당에서 현재 선도지구를 노리는 아파트단지는 서현1동 시범단지, 서현2동 효자촌, 수내동 양지마을, 정자동 한솔 1·2·3단지, 금곡동 정자일로 5개 단지, 수내동 파크타운, 정자동 정든마을, 야탑동 탑마을, 이매동 아름마을, 분당동 샛별마을, 정자동 상록마을, 구미동 까치마을과 무지개마을 등 13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빌라단지 중에서도 장안타운, 까치마을, 하얀마을, 매화마을, 목련마을 등 5곳이 선도지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실제 얼마나 선도지구 신청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성남시는 경쟁률이 '최소 4대 1'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기홍 국토교통부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분당신도시 총괄기획가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지침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선도지구를 최대 1만2천세대를 선정할 수 있는데 5만세대 이상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후화된 분당신도시를 신속하게 정비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특별법 취지에 어긋나는 배점 조항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주대책 지원 여부(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용 주택 미확보 0점·12% 이상 확보 2점)를 더하면 8점인데, 선도지구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점수를 내세워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몫을 주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원도심(수정·중원구)의 경우 재건축을 할때 '공공기여 추가 제공'을 요구하지 않는 점도 분당 주민들의 문제를 제기
https://www.kyeongin.com/article/1698738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을 중심으로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성남시는 고민 끝에 원안대로 공모를 진행했다.

선도지구 아파트단지들은 도시기능활성화 항목의 ‘공공기여 추가 제공·이주대책 지원·장수명 주택’에 이른바 ‘풀베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