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화성 보통리저수지 걸으며 인간 존재 물음
생명 다한 단풍나무·오브제로 풀어낸 ‘예술적 탐구’

이윤숙 작가의 개인전 ‘생명의 소리 ON & OFF’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한 건물의 지상과 지하층을 빌려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지난 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뎌야 했던 나무에 대한 작가의 예술적 탐구를 풀어낸다.
작가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모든 생명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의 존재와 더불어 삶과 죽음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지난해 작품을 준비하면서 밤마다 화성 보통리저수지를 걸었다”며 “달빛이 비춰주는 금빛의 나무에 여러번 시선이 머물렀고, 폭설을 이겨낸 겨울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나무를 형상화해 자연, 생명, 나아가 모든 생명체와 연결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선보인 폭설에 찢긴 단풍나무 오브제 ‘서성이는 영혼’에도 작가의 사유가 짙게 묻어난다. 지난 겨울 생명을 다한 단풍나무를 작가의 예술적 사유로 풀어낸 이 작품은 관람객에게 생명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생명체가 된 듯한 단풍나무는 기묘한 기운을 품고 전시실 한편에 서성이듯 배치됐다. 아울러 이 작품은 김영은 작가의 영상 작업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작가는 훼손된 자연과 수명을 다한 오브제를 통해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대지와 밀착된 생을 위하여’, ‘자유에 대한 희구’ , ‘인간의 모태-우주, 공간, 침묵에 대하여’, ‘모태-참아라 참나무’ 등이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