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이전해 만든 제주SK
팀 잃은 부천, 시민구단 창단
5년 만에 맞대결 ‘짜릿한 복수’
막판 골 터트려 코리아컵 16강

“연고 이전 반대!”
지난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 1995와 제주SK FC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32강) 경기에서 부천 서포터즈들은 제주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프로축구 K리그1 팀과 하위리그 팀 간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부천과 제주의 경기는 ‘연고지 악연’으로 많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제주는 전신이었던 부천SK가 지난 2006년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해 현재 팀에 이르렀고, 부천은 팀을 잃은 좌절감과 분노로 이듬해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창단됐다.
부천은 부천SK가 연고 이전한 당시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를 주축이 돼 만들어졌으며, 지난 2008년 K3리그에 참가했고 2013년 K리그2에 입성했다.
부천은 팬들이 중심이 돼 창단한 구단이 프로 입성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구단명에 포함된 1995는 부천SK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 구단을 응원하기 위해 서포터즈가 결성된 해를 뜻할 정도로 부천을 향한 팬들의 사랑은 뜨겁다.
부천과 제주는 지난 2020년 두 팀이 K리그2에서 뛸 때 맞대결을 벌인 바 있는데 당시엔 제주가 3경기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전신인 FA컵을 포함해 코리아컵에서는 처음이자 5년 만에 맞대결에 부천의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결과는 부천의 짜릿한 승리로 복수에 성공했다.
뜨거운 관심만큼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제주는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부천의 수비와 역습에 가로막혔다.
후반 13분 부천의 한지호가 제주 골키퍼 안찬기에게 태클해 두 선수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양 팀 선수들이 몰려들어 대치하는 등 경기 내내 팽팽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승부는 결국 후반 막판에나 결정됐다. 부천의 바사니가 패널티박스 안까지 공을 몰아 슈팅한 것을 안찬기가 제대로 잡지 못하자 쇄도하던 이의형이 집어넣은 것.
부천은 후반 추가 시간 제주 장민규의 반칙으로 패널티킥도 얻었지만 바사니의 킥이 안찬기에 막혀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5년 만에 치러진 악연의 대결 승자는 부천이 됐고, 부천은 다음 달 14일 김천상무와 코리아컵 16강을 치른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