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 산업 없어 양식업만 고립
도내 마른 김 영세업체 8곳 불과
경매에선 중도매인이 가격 결정
환경 규제에 막혀 특화사업 제동
상품성 좋아도 브랜드 발전 한계
김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효자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 어민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후방 산업이 모두 부재한 채 김 양식업만 고립된 경기도 김 산업의 기형적인 구조 탓이다.
지난 1일 오전 10시 40분, 경기수협 궁평항사업소 위판장에 김 수확을 마친 어민들과 중도매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정각이 되자 여지없이 경매가 개시됐다. 김 경매는 전국 어디서나 같은 시간에 열린다. 특정 지역의 경매 결과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경매 시각을 통일한 것이다.
일곱 명의 중도매인이 빠르게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고, 8개 양식장에서 올라온 김들은 5분 만에 모두 낙찰됐다. 이날 최고가는 1자루(120㎏) 기준 10만6천500원. 노란빛이 도는 저품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기대에 못 미친 가격에 어민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 어민은 “이전엔 20만원 넘게 받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 가격은 아쉽다. 그래도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가격이 중도매인 손에 달려 있다는 어민들의 말에는 이유가 있다. 김은 ‘강부패성’ 수산물로 물에서 건진 지 하루만 지나도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당일 생산해 당일 판매하는 것이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중도매인이 사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김이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사실상 흥정할 틈이 없다.
여기에 경기도 어민들은 또 다른 약점을 안고 있다. 바로 지역 내 김 가공공장의 부재다. 현재 경기도에 마른 김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업체는 일부 영세업체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마른 김 가공공장은 전국 309개 중 전남에 234개, 충남에 47개가 몰려 있고, 경기도는 8개에 불과하다. 경기도 김을 사가는 중도매인들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 생산지인 남해 김 가격으로 경매가가 맞춰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수협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번번이 환경 규제에 가로막혔다.
지난 2017년에는 도와 경기수협이 화성시 서신면에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를 조성하고 김 생산부터 마른 김 가공, 조미 김 유통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특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듬해 환경부의 물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물김을 마른 김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척수가 ‘기타수질’에서 ‘폐수’로 분류되며 1일 최대 배출 허용량이 10분의1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도는 마른 김 생산공장 조성을 포기하고 조미 김 생산시설만 들어서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만의 특화된 ‘김 브랜드’가 없는 것도 경기도 김 산업 발전의 한계로 작용한다.
최형찬 경기수협 궁평항사업소장은 “화성 김이 아무리 좋아도 타 지역 가공공장으로 넘어가면 결국 타 지역 김 브랜드가 된다”며 “경기도는 수도권으로 묶여 환경 규제와 민원이 많고, 생산량도 전국의 5% 가량으로 적다보니 민간의 마른 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