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서 운영 추진 논란

 

“3시간 거리, 멀어” 시의회 부결

심사전 예비비로 측량비용 지출

홈페이지 입법예고도 하지 않아

市 “인구소멸 위기 지역과 상생”

수원시가 추진 중인 ‘청량산 수원캠핑장’ 관련 조례안이 수원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조례 통과 전부터 예비비 일부를 집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회 절차를 무시한 ‘행정 독주’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의 조례안은 지난 18일 열린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됐다. ‘수원시 캠핑장 관리·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경북 봉화군의 청량산 캠핑장을 수원시 조례에 편입하고, 시가 운영 주체로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1차연도 23억원을 포함해 5년간 총 4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회의에서는 사업의 실효성과 필요성, 재정 투입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집중됐다. 봉화군은 수원시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인데, “수원시민이 과연 그 먼 거리까지 자주 갈 수요가 있느냐”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회까지 거친 격론 끝에 조례안은 3대 3 찬반 동수로 부결됐다.

조례가 부결되기 이전부터 시가 해당 사업을 사실상 진행해 온 정황도 확인됐다. 22일 확보한 ‘캠핑장 시설개선 사업비 상세내역’에 따르면, 시는 이미 조례안 심사 전 9천400만원 가량의 예비비를 교부했으며, 이중 측량비 등으로 400만원 가량을 지난달 말 실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비는 확보한 상태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400만원 수준”이라며 “조례가 부결된 만큼 현재로선 추가 집행은 중단된 상태이고, 사업 추진 여부는 내부 검토와 향후 의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봉화군은 인구소멸 위기 지역이고 수원시는 특례시인 만큼, 양 도시 간 상생 차원의 교류 협력 사업으로 기획된 측면도 있다”며 “이번 회기 중 조례안이 상정되지 않더라도, 다음 회기에서 다시 논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시민 참여 원칙 등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해당 조례안은 집행부가 발의한 것으로, 홈페이지 내 입법예고에 고시되지 않아 시민들이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적었다.

복지위 소속 김기정 의원은 “조례안이 의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기도 전에 예비비부터 확보하고 일부 예산을 집행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집행부와 타 지자체 간 협의가 먼저 이뤄졌고, 정작 의회는 뒤늦게 내용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