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법 아래 쌓이는 불안… 공익 앞에 땅주인만 속탄다

30년 가까이 일몰 기한이 있는 ‘특례’로만 시행돼 온 세제 지원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근거로 하는 ‘공익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항이다. 최근에도 이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공익사업용 토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말한다. 도로·철도·항만·공항과 같은 국가 기반시설 구축부터 국방·군사 사업, 주택·문화시설 건설, 산업단지 조성까지 공익사업 내용은 다양하다. 정부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공익사업용 토지를 확보하고자 이를 수용할 때 소유주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소유주들은 수시로 특례를 연장해야 하는 지금의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조항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보상 절차 등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소유주 의사와 관계없이 수용하는 토지에 대한 과세 자체가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 자산 유상 이전 vs 비자발적 토지 수용
정부 ‘정당’ 입장… 양도소득세 과세
‘사실상 강제’ 불만에 땅 확보 어렵자
보상금 지급 외 세금 일부 감면 시작

공익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건 1989년부터다. 그해 ‘조세감면규제법’이 이 내용으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전액 면제됐다.
정부가 공익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사업시행자의 협의 매수나 수용은 자산의 유상 이전에 해당하므로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토지를 수용할 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 등을 통해 정당하게 보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상금 지급 또는 사실상 강제적인 토지 수용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원활한 토지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생기자, 정부는 보상금 지급 외에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일부 감면하는 예외를 두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개정된 법을 보면 현금보상은 10%에서 15%, 채권보상은 15%에서 20% 등 이전보다 유형별 양도소득세 감면 비율을 모두 5%p씩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감면 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5년 한도는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었다.
공익사업 토지 소유주 ‘헐값’ 등 우려
비자발적 수용·올바른 보상 미지수
내년말 감면 특례 일몰 불안감 여전
공익사업 토지보상을 앞둔 소유주들 입장은 조금 복잡하다. 관련법에는 ‘정당한 보상’을 명시했지만, 들여다 보면 토지의 현재 시세가 아닌 사업인정 고시일 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감정평가를 거쳐도 ‘헐값 보상’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보상금이 지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익사업을 이유로 강제로 토지를 제공해야 하는데, 양도소득세까지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최근 양도소득세 감면율이 확대됐지만, 2026년 말이면 이 특례가 일몰돼 불안감은 여전하다.

인천 남동구 구월2지구 토지주들도
특례기간 장기화·양도세 폐지 주장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이 예정된 인천 남동구 구월2지구 토지 소유주들의 입장도 같다. 구월2지구는 2021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에 포함된 미니 신도시급 택지개발 프로젝트다. 남동구 구월동·남촌동·수산동, 연수구 선학동, 미추홀구 문학동·관교동 일대 220만1천㎡에 1만6천가구가 공급된다. 국토교통부는 계획안에 대한 승인 절차를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인데, 이곳 소유주들은 자칫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 투쟁’ ‘국회의원실 방문’ 등 활동을 이어온 ‘인천 구월2지구 통합대책위원회’ 박명호 위원장은 “개발사업 발표와 동시에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는데, 낮은 사업비로 보상을 받고 양도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소유주가 인근 지역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특례 일몰 기한인 내년 말 이후로 보상이 지연되면 우리는 또 특례 연장을 촉구해야 하는 등 한시적 법으로는 불안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례 기한을 최대한 늘리거나, 장기적으로는 이전처럼 양도소득세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익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폐지 공감대 형성될까?
구조 변화에 ‘사회적 공감’ 필요하나
단기 합의 의문, 상시법 전환 의견도

지금과 같은 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가 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이번 특례 일몰 전까지 짧은 기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구월2지구 통합대책위원회 자문을 맡고 있는 박병채 변호사는 “소유주들이 원치 않는 시기에 비자발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는데, 이를 이익 실현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더구나 양도소득세 감면 조항은 1998년부터 계속 일몰 기한을 연장하면서 이어져 오고 있는데, 30년 가까이 연장됐으면 이제는 한시법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일몰 기한을 없애고 상시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신속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컸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방적으로 토지를 수용해 국토를 개발하는 것이 이전처럼 정당화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론적으로는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지출할 항목이 많은 상황에서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양도소득세 폐지가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며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를 통해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수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세수 감소, 일부 소유주들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두고 모두가 세금 폐지가 필요하다고 공감할지가 관건이다. 당장은 특례를 일반법으로 바꿔서 모든 공익사업용 토지 소유주들에게 안정적이고 동일하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