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서 9억4000만원에 낙찰

“숭고한 뜻 더 많은 분 알리고자”

박물관·공공기관 기탁 방안 고민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살아있을 때 남긴 글이나 그림)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이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혜정 여사에게 낙찰됐다. /(주)태인 제공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살아있을 때 남긴 글이나 그림)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이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혜정 여사에게 낙찰됐다. /(주)태인 제공

안중근 의사의 유묵 중 처음으로 공개된 ‘녹죽(綠竹)’이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차녀인 구혜정 여사에 낙찰됐다. 구 여사는 지난 2017년 안 의사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을 낙찰받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했던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4월23일자 11면 보도)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경기도 곳곳 새겨진 안중근 의사의 흔적 [항일의 기억, 광복의 기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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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방아쇠이자 영웅.그가 다녀간 흔적은 아직도 경기도에 남아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7079

지난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 의사 유묵은 구 여사에게 9억4천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글씨는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앞에서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뤼순 감옥에 수감됐던 1910년 2월 무렵 쓰인 것이다.

녹죽은 예로부터 구전되는 오언시를 엮은 책 ‘추구(推句)’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앞서 지난해 공개됐던 안 의사 유묵인 ‘인심조석변 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 山色古今同·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역시 ‘추구’에 있던 구절이었다. 서울옥션은 “안 의사가 ‘추구’의 구절들을 여러 유묵으로 남길 정도로 마음에 새기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찰받은 후 구 여사는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을 더 많은 분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번 유묵을 낙찰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묵을 국립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기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학술 연구에 활용하고, 더 많은 이들이 안 의사 유묵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다.

앞서 구 여사의 배우자인 이인정 회장 역시 2017년 4월 경매에 나왔던 유묵 ‘일통청화공’을 2억9천만원에 낙찰받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한 바 있다. 해당 유묵은 안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 감옥 간수 과장이었던 기요타에게 써준 것이다. 해당 유묵은 2022년 국가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편 이인정·구혜정 부부의 차남인 이상현 (주)태인 대표도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로 활동하며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있다. 지난달엔 안 의사 순국 115주기를 맞아 안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등장한 일본 우편 엽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