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년 만에 외부 안장... 마지막까지 대중 곁으로
장례미사 열린 성 베드로 광장에 20만명
트럼프 등 각국 정상 50여명 참석
후임자 뽑는 콘클라베는 다음달 5일~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미사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했다. 입당송에 이어 기도와 성격 강독, 추기경단장으로 미사를 주례하는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강론이 진행됐다.
장례 미사는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제로 대성전은 약 6㎞ 거리다.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한다. 교황의 관은 이날 오후 2시∼2시30분쯤(현지시각) 장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된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주요 국가원수들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개국 대표단이 미사에 참석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장례미사에 2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례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다음달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은 콘클라베 첫날 오후 한 번,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 투표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됐다.
빈자의 성자로 불렸던 만큼 이탈리아 성인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청빈한 삶을 살았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며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오전 수원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는 ‘수원교구 사제단 공동 추모 미사’가 총대리 문희종 주교 주례,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미사에는 사제단과 신학생, 신자 등 950여명이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총대리 문희종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보여준 각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우리 모두 함께 지켜나가자”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