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 덕수궁 특별전 7월 13일까지
개항 이후 석조전·정관헌 등 건립
국새·어보·폐현례 유물 110점 전시
‘아임 프롬 인천’ 소개 홍현도 참여

덕수궁(옛 경운궁)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 황궁으로 사용한 근대사의 상징이다. 건축물 또한 전통과 서양 양식이 만난다. 격동의 시대에 단순한 서구 문물의 수용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 스스로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가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당시 근대 건축물은 ‘양관’이라 불렸다. 특히 덕수궁은 개항 이후 석조전, 돈덕전, 중명전, 정관헌, 구성헌 등 다양한 양관이 건립됐다.
이 가운데 정관헌은 그동안 고종이 커피를 마시고 연회를 열었던 곳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사실 덕수궁 내 가장 오래된 양관인 정관헌은 황실 보물을 간직하던 공간이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개항 이후 궁궐에 건립된 양관의 역할을 조명하는 특별 전시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 - 만나고, 간직하다’를 통해 덕수궁 양관들의 진짜 이야기와 그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대한제국 황궁에 건립된 양관들에서 간직했던 국새와 어보, 금책, 인장 등과 외국 공사가 황제를 만나는 의식인 폐현례 관련 유물 110여 점을 선보인다.
우선 덕수궁 돈덕전 기획전시실에서는 개항 이후 시대 변화 속 궁궐에 건립된 양관과 그 역할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작으로,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1부 ‘새로운 건축, 양관’은 보빙사 등을 통해 양관이 어떻게 도입됐는지 살피고, 돈덕전을 비롯한 양관에서 발견된 벽돌, 타일, 보일러 부재 등과 석조전 바닥과 지붕에 적용된 철골 콘크리트 구조 등으로 개항기 양관의 건축적 특징을 볼 수 있다.
2부 ‘전통을 지키는 벽, 세계를 맞이한 문’에서는 황실 수장처이자 외교 공간으로 활용된 양관의 역할을 조명한다. 황실의 보물 보관 장소인 정관헌에서 보관한 ‘대군주보’ ‘순정효황후 황후추봉 금책’ ‘영친왕 황태자 책봉 금보’ 등이 전시된다. 특히 순헌황귀비가 정관헌을 “존경해 받드는 곳”이라 밝힌 기록이 담긴 ‘승녕부일기’도 처음 공개된다.
3부 ‘변화한 황실 의례와 생활’에서는 온돌을 바탕으로 한 전통 생활 공간과 양관의 입식 공간을 비교하며 만나 볼 수 있다. 4부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일제강점기 철거와 변형을 겪은 양관이 국가유산청에 의해 복원·재건돼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선 정관헌과 돈덕전 폐현실(외교 의례 공간)을 대한제국 당시 모습으로 연출한 공간도 마련했다.
정관헌은 사방에 벽이 있던 당시 모습으로 꾸몄다. 돈덕전 폐현실은 고증 자료가 부족해 완벽한 재현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폐현실 끝 높은 단 위에는 황룡포를 입은 고종의 모습을, 내부 양옆 원기둥 사이에는 근대 복식을 갖춘 신하들의 모습을 구현했다고 덕수궁 관리소는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경인일보 기획 시리즈 ‘아임 프롬 인천’에서 궁궐 전문가 ‘궁돌이 유튜버’로 소개했던 인천 출신의 홍현도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연구사(2024년 4월4일자 11면 보도)가 주도적으로 기획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