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희생 강요가 안보입니까… 무너진 지역경제 안 보입니까

 

기지 반환 지연 탓 주저앉은 북부 경제

동두천시 걸산마을은 출입 통제받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주민들 헬기소음 고통

규제 풀려 발전 속도 붙은 평택과 대조

약 60가구 100여명의 걸산동 주민들은 미군 주둔으로 인해 마을 출입이 통제된다고 하소연한다. 2025.4.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약 60가구 100여명의 걸산동 주민들은 미군 주둔으로 인해 마을 출입이 통제된다고 하소연한다. 2025.4.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주한미군 기지 반환이 지연되면서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안보 희생에 상응하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환대상 주한미군 공여구역 중 활용이 가능한 부지는 총 22곳이다. 이 중 남부에 위치한 2곳은 모두 반환됐지만, 북부는 16곳 중 4곳(캠프케이시·캠프모빌·캠프호비·캠프스탠리)이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 주민들은 캠프 잔류로 지역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두천시는 시 전체 면적(95.66㎢) 중 42%(40.63㎢)가 미군 공여지로 사용됐다. 이 중 23㎢를 돌려받았지만, 반환 부지의 99%가 개발이 어려운 산지다. 개발 가치가 높은 평지로 이뤄진 캠프케이시 등은 여전히 미군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약 60가구 100여명의 걸산동 주민들은 미군 주둔으로 인해 마을 출입이 통제된다고 하소연한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안보적 가치가 낮은 캠프는 신속히 반환하고, 안보 희생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역시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스탠리 인근에 사는 고산동 주민들이 헬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 캠프스탠리는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 기지가 폐쇄됐지만, 일부 부지는 여전히 미군 훈련장과 헬기 급유지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산동 주민들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헬기 비행에 따른 소음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의정부시 관계자는 “주한미군사 등에 헬기 급유지를 교체하고 캠프스탠리 부지를 반환할 것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 지자체들의 바람과 달리, 주한미군 공여구역 반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강 이북 지역에 주둔한 미군 전력은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해서다. 동두천시에 있는 캠프 케이시는 주한 미군 핵심 전투부대인 제210야전포병여단이 훈련하고 있으며, 의정부시 캠프에도 일부 병력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반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부 지역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동두천시는 미군 주둔 및 기지 반환 지연으로 생긴 지역경제 피해액을 총 25조1천811억원으로 추산했다.

의정부시는 반환된 공여부지를 개발해 자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섰지만, 활용이 쉽지 않다. 시 전체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군 기지가 남아 있는 경기 북부 역시 안보 희생에 따른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정부는 시내 미군 잔류에 따라 국가 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지만, 민자 유치 계획 수립 후 방치하고 있다”며 “미군 주둔이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면 이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평택시는 용산 등 수도권에 흩어진 미군 시설을 이전한 대가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시내 500㎡ 이상 신규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마주영·오연근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