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SK가 200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컵의 향방을 놓고 17일부터 7전4선승제의 승부에 들어간다.
이번 대결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흥미있을 몇 가지를 소개한다.
◆닮은꼴 김재박-조범현 감독 맞대결
데이터를 중시하고 사령탑 데뷔 당시 똑같이 돌풍을 일으킨 8년차 김재박(49) 감독과 초보 조범현(43) 감독이 신구(新舊) 맞대결을 벌인다. 김재박 감독은 데이터에다 특유의 재치까지 더해 철저하게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고, 조범현 감독도 김성근(61) 전 LG 감독의 수제자답게 데이터를 무척 중시한다. 또 96년 현대 창단 감독으로 데뷔한 김재박 감독은 그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 조범현 감독도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삼성, 기아 등 강호들을 잇따라 꺾은뒤 우승컵까지 넘보고 있다.
◆포수 김동수-박경완, 친정팀 상대로 정면대결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서로 둥지를 맞바꿨던 김동수(35·현대)와 박경완(31·SK)이 나란히 친정팀을 상대로 당대 최고의 포수 자리를 건 자존심 싸움을 펼친다. LG를 거쳐 지난 2001년 허리 부상 등으로 삼성에서 방출돼 SK로 트레이드됐다 지난 시즌 후 다시 팀에서 쫓겨났던 김동수는 올해 현대에서 다시 주전 마스크를 쓰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반면 91년 전주고 졸업 후 쌍방울에 연봉 600만원의 연습생으로 입단한 박경완은 현 SK 감독인 당시 조범현 배터리코치에게 피나는 포수 수업을 받은 끝에 명포수 반열에 올랐다. 98년에는 당시 최고액인 9억원에 현대로 현금트레이드 됐다가 지난 시즌 후 현대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3년간 19억원의 거액에 조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친정팀 SK로 돌아왔다.
◆조웅천-조용준, 특급 마무리 대결
올해 구원왕 조웅천(32·SK)과 지난해 소방대장 조용준(24·현대)의 기싸움도 볼만하다.
두 선수는 나란히 전남 순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공통점이 있지만 조웅천은 연습생으로 입단해 늦깎이로 야구 인생을 꽃피웠고, 조용준은 연세대를 거쳐 지난해 5억4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데뷔하는 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과거와 현재의 인천 연고팀 맞대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현대와 SK는 공교롭게도 각각 과거와 현재의 인천연고팀이다. 현대는 96년 창단해 99년까지 인천을 홈으로 사용하다 2000년 서울로 연고를 옮기겠다며 떠났고, SK는 현대가 떠난 자리를 근거지로 2000년 창단됐다. 이로인해 인천팬들 가운데는 현대에 '배신감'을 느끼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않다. 또 인천 출신인 정민태, 박진만, 김수경 등 현대 주축선수들과 주전 가운데 SK의 주전선수 중 유일한 인천 출신인 정경배의 대결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SK의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 22년 만에 처음 경기 지역 팀끼리 벌이는 대결로 예전 수원과 인천을 잇는 협궤철도를 본떠 '수인선 시리즈'로 불린다.
◆확률로 보는 우승컵 향방
89년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생긴 이후 12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모두 10차례. 또 정규리그 4위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은 올해 SK를 포함해 통산 4차례 있지만 아직까지 우승한 팀은 없어 확률상으로는 현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86년 플레이오프 도입 이후 플레이오프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6개팀 가운데 3개팀이나 정상을 밟았기 때문에 이 계산으로 따지면 SK의 우승확률이 50%에 이른다. 또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은 80%로 현대와 SK 모두 기선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힘든 모기업에 힘을 실어주자”
현대와 SK는 모두 모기업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선전을 펼쳐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 현대는 재정난에다 야구단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던 고 정몽헌 회장이 지난 8월 타계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올시즌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고, SK는 구단의 실질적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한때 구속수감되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현대와 SK는 모두 힘든 사정으로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살려보겠다며 애쓰고 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관전 포인트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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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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