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년 강화도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보았을 태양이 진다. 해질녘 강화해안도로를 달리다 장화리에서 멈춰 장엄한 일몰을 지켜봤다.
'바닷바람과 역사가 어우러진 드라이브 코스'. 초겨울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강화 해안도로가 바로 그런 곳이다. 해안을 따라 깨끗하게 포장된 2차선 도로를 달리며 섬 곳곳에 펼쳐진 역사유적과 절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도를 찾는 사람들은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강화역사박물관 쪽으로 좌회전하면 곧바로 시원하게 뚫린 강화해안도로를 만난다. 여기가 해안도로의 출발점이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우선 왼쪽으로 보기에도 시원한 개펄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경계선으로 바다 쪽에서 신선한 갯내음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고 다른 한쪽에선 추수를 끝낸 너른 벌판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해준다.
이 길을 타면 강화읍을 거치지 않고 마리산, 전등사, 초지진, 함허동천 등 강화 남부의 유적지를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여기에 특색 음식거리인 '더리미 장어구이마을'이 해안도로 초입에 있어 일품 장어맛도 음미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선원사지쪽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2㎞정도 나가면 전통 재래양식의 한증막인 '선원사지 황토불한증막(032-933-8834)'도 체험할 수 있다.
강화해안도로는 강화역사관에서 출발, 광성보에 이르면 길이 끊기고 내륙 도로로 이어진다. 아직 강화해안을 일주하는 전체 순환도로가 완공되지 않았다. 강화역사관~광성보간 개통구간은 지난해 전국체전 사이클경기와 지난 6월 장애인체전 사이클경기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는 전체 구간에 폭 2m 남짓한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돼 있는데다 바닷가와 인접해 경관이 수려하며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소공원과 전망대가 많고 차량소통이 적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드라이브와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제격이다.
또 광성보, 갑곶·화도·용당돈대, 용진전 등 유명한 역사유적이 도로변에 붙어있을 뿐 아니라 덕진진, 초지진, 전등사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강화관광에 더없이 좋다. 이중 광성보는 조선시대말 우리 선조들이 서양 군대의 침입을 막기위해 혈전을 벌였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강화 해안순환도로는 역사유적 탐방을 겸한 나들이 코스로도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다.
강화도는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돼 예부터 국방상 아주 중요한 요지였다. 따라서 외세의 침입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 남아있는 역사유적 대부분은 바로 이런 아픈 역사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등장했다. 13세기에는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왕실이 피란왔고 삼별초 항쟁이 시작됐다. 고려말 창왕, 조선 영창대군, 광해군일가, 연산군이 모두 강화에 귀양오기도 했다. 19세기에는 미국과 프랑스군에 대항했다. 그렇다고 강화도의 역사가 모두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팔만대장경이 강화도에서 만들어지는 등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다리가 놓여 언제든지 건너갈 수 있는 섬, 강화도. 이번 주말 쾌적한 해안도로를 따라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