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포말등대
한겨울에 바다라. 코베어 갈만큼 세찬 칼날바람 불어대는 겨울바다. 그래
도 찾는 이의 발걸음은 끊일 줄 모른다. 왜, 무엇이 이 겨울에 바다로 불러
내는가.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 위로 수선스레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울음
소리….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숨을 죽인 겨울. 그러나 바다 만큼은 한 겨
울에도 펄펄 ‘살아있다’. 사람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겨울 바다
를 찾는다.
# 출발! 해맞이
새벽 다섯시반. 칠흙같은 어둠도 머잖아 작별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차를
몰고 강구항(경북 영덕군)을 나서 918번 지방도(강축해안도로)를 따라 북행
을 시작했다. 강구항과 축산항을 잇는 이 도로는 동해안에서도 이름난 드라
이브 코스. 축산항을 지나 백사장이 8㎞나 뻗은 명사이십리 해수욕장 남쪽
끝까지 32㎞구간이 몽땅 해안가다.
여명에 수평선이 드러났다. 서둘러 해맞이 할 곳으로 차를 몰았다. 창포말
등대(축산면 대탄리 삿갓봉 아래 언덕위). 강구항에서 축산방향으로 9.8㎞
떨어진 강축해안도로상의 작은 언덕이다. 산등성에는 ‘영덕해맞이공원’이
라고 씌어 있다.
몇해전 동해안을 휩쓴 산불. 삿갓봉은 그때 민둥산이 됐다. 나무 사라진 산
등성은 겨울이면 더욱 을씨년스럽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이 잃고나니
얻는 것도 있었다. 숲이 사라지더니 그 숲에 가렸던 동해 바다가 드러났다.
수평선 위로 짙게 드리운 해무를 딛고 아침 해가 솟았다. 빛은 곧 생명. 암
흑천지가 제 색깔을 찾으니 세상 모든 것이 생명을 얻는 듯 했다. 굽이굽
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굴곡진 해안을 감아도는 강축도로의 우아한 자태도
드러났다. 창포말 등대에서 감상하는 아침바다 동해 갯마을 풍경. ‘평
화’ 그 자체였다.
해안도로가로 지나치는 동해안의 허다한 갯마을. 건조대에는 과메기(꽁치
청어를 바닷바람에 말린 것) 피데기(껍질벗겨 말리는 오징어) 일색이다. 영
덕대게의 원조 마을로 알려진 차유마을(축산면 경정2리). 여기서 잡힌 게
의 다리가 갯가에 우뚝한 죽도산(竹島山)의 대나무와 비슷하다해서 ‘대
게’라 불렀다는 전설이 갯가의 ‘대게원조 기념탑’에 씌어있다.
명사이십리 해수욕장의 모래해변을 뒤로 하고 벗어난 강축해안도로. 길은 7
번국도로 이어져 병곡(면)을 지난다. 이곳 명물은 칠보산 자연휴양림. 산중
턱의 통나무집 객실에서 동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이후
부터는 울진땅. 울릉도 여객선이 오가는 후포(울진군)를 지나 7번 국도는
물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행 갈림길(지방도로 88번으로12㎞)이 있는 평해
를 통과해 해송숲 너머 파란 바다 내다 뵈는 월송정(越松亭·관동팔경)을
지난다. 푸른바다 금빛모래 푸른 소나무…. 정자앞 해변의 단아한 풍치는
겨울아침 상쾌한 해변산책을 100% 보장한다.
# 굽이굽이 절경
예서부터 울진읍으로 가는 도중 지나는 해안도로는 오산∼망양정 구간(10
㎞). 해안가 바위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운치있는 길이다. 이후 도로(7번 국
도)는 주로 내륙을 달린다. 해안의 지형이 험한 데다 원자력발전소 등이 들
어선 탓이다. 덕구온천 갈림길(917번 지방도로)을과 울진원전전시관이 있
는 삼거리를 지나면 나곡. 여기서 4.6㎞만 더가면 경북(울진군)과 강원(삼
척시)의 경계선이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는 고포리 갯마을이다.
고포마을 진입로는 고개마루 오른편으로 나있다. 오르막에서 속력을 내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다. 마을진입로를 따라 꼬불꼬불한 고갯길로 내려서
니 아담한 갯마을은이 보였다. 바다와 어찌나 가까운지 태풍불면 파도가 안
방까지 들이칠까 걱정될 정도다.
해안도로는 월천 하구인 호산까지 4.7㎞.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숨겨진 도
로다. 방파제마다 낚시 드리운 사람들이 보였다. 월천 하구의 사주(沙柱)
는 바다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이뤘다. 여기서 갈매기는 떼지어 놀고 있었
다. 그 옆 송림 두른 해변에는 바다로 창이난 호산비치호텔(033-576-1001)
이 있다.
호산을 지나 덕산까지 32㎞구간은 고개 하나 넘으면 골안에 갯마을이 하나
씩 고개와 갯마을이 번갈아 나타나는 형국의 지형이다. 작진항 노곡항 임원
항이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서 비교적 규모가 큰 임원항에는 수십개의 노
점횟집이 골목을 이룬 회센터가 있어 싱싱한 생선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
다.
아담한 포구 신남항의 볼거리는 해신당(海神堂)주변 숲에 있는 통나무 남근
(男根)조각상(19개). 장호항 용화해수욕장을 지나면 고갯길을 만난다. 고개
마루에 잠시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자. 장호 용화의 거대한 반달형 해변
이 무척 아름답다.
문암마을, 고려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이 살해된 궁촌, 대진항을 차례로 지
나니 도로는 다시 내륙으로 이어졌고 이 길은 근덕을 지나 한재를 넘어 삼
척교 사거리에 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