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번국도에서 바라본 임원항 전경
 여행은 동경(憧憬)이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 대한 열정적인 그리움이다. 그리고 평화, 안식으로의 회귀이다. 보들레르는 그의 세번째 여자인 마리 도브렝에게 시(詩)로 속삭였다. '나의 사랑 나의 누이여/꿈꾸어보세/거기가 함께 사는 감미로움을/한가로이 사랑하고/사랑하다 죽으리/그대 닮은 그 나라에서!…/거기에는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사치와 적막 그리고 쾌락(여행에의 초대)'.
 그는 청년기의 방황을 정리하기 위해 인도로 향한다. 그러나 이국정취에 왠지 모를 혐오감을 느낀 채 중도에서 귀국한다. 그런 그에게 평화와 질서가 있는 안락한 곳, 이상향으로의 여행욕구를 불러일으킨 여인이 마리 도브렝이다.
 한 겨울 동해의 신선한 양지속에 구비구비 뻗어내린 7번 국도는 우리에게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과밀로 인한 집단화, 기계화, 획일화된 공간속에서 온갖 규제로 영혼이 말라버린 도시인들에게, 7번 국도는 너무 한가로워서 아름다운 공간, 그 곳으로 열린 문(門)이다.
 7번국도 여행은 각자 여행코스를 디자인하기 나름이다. 사람들은 흔히 강원도의 도로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부산광역시 도로원표에서 고성군의 휴전선 까지 513.4㎞를 잇고 있다. 분단 이전에는 강원 통천, 함경남도 원산을 거쳐 함경북도 온성까지 이어졌던 한반도의 척추로다. 그러니 7번국도 여행은 각자의 위치에서 7번국도를 탈수 있는 정맥도로를 찾으면 된다.
 이번에 취재진이 밟은 코스는 삼척 구간. 강릉 이북은 워낙 알려진 곳이 대부분이고 아무리 평일이라도 도시의 번잡스러움이 번져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어느 코스를 택하더라도 이맘 때 7번국도 여행은 맛과 멋이 있으리라. 다만 우리는 한적한 포구여행을 작정했기 때문에 삼척구간을 택했을 뿐이다.
 삼척시 구간은 동해시의 추암해변을 지나 삼척교에서 부터 시작한다. 동해안에서 횟감좋기로 유명한 정라진(삼척항) 입구에 바로 삼척교가 있다. 시장기가 돌면 삼척항에 들러 가자미회로 간단히 요기할 수도 있다. 고깃배들이 새벽에 부린 가자미는 목구멍에 넘어가는 순간까지 싱싱한 생명력으로 식도락가를 감동시킨다.
 삼척교를 지나면 바로 해안도로다. 여기서 부터는 마음에 드는 포구를 찾아들면 된다. 새끼 공양에 지친 바다새들이 절벽의 둥지에 깃들듯, 마음이 끌리거나 혹은 피곤할 때 마다 깃들면 되는 것이다.
 처음 들른 포구는 초곡항. 행정지명은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40~50여호가 해안에 기대 바다에 생계를 대고 있는 포구마을이다. 여름과는 달리 사람들 손탄 흔적이 없이 방파제에는 낚시꾼 10여명이 릴을 돌리며 손맛을 즐기고 있을 뿐. 쉼없이 먹이를 향해 자맥질 하는 갈매기 군락과 겨울이라고 '붕붕'대는 바람소리만 부산스러울 뿐이다. 포구 외곽에는 200여m의 송림 사잇길이 양지와 그늘을 함께 품으며 바다를 연해 있어 호젓한 산책이 가능하다. 손기정 이후 최고의 국가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황영조의 고향답게 마을 입구에는 '황영조기념관'과 '몬주익의 언덕'이라는 올림픽 마라톤 제패 기념공원이 있다.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앞으로 폐선라이브카페, 해수풀장, 각종 해양레포츠시설을 갖춘 초곡관광항구를 개발할 예정이란다. 여름 인파의 대량소비가 가져다 줄 세수를 꿈꾸는 지자체의 의지는 모르는 바 아니나 한 겨울 양지뜸 초곡리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그들의 개발의지가 못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초곡을 지나 장호항에서는 안동여고 동창생들을 만났다. 유일하게 만난 인적. 초로의 여고동창생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바람소리, 파도소리 보다 높은 웃음소리와 수다로 겨울바다의 고요함을 깨트리고 있었다. 동해 낯선 바다에서 오롯이 그들만의 시절로 돌아간 사람들의 모습들. 사는 맛이 저절로 느껴지는 그들의 웃음은 길게 길게 이어졌다.
 갈남, 신남 포구를 차창편에 흘려보내고 여행의 종착지로 삼은 임원항에 다다랐다. 낮 12시30분. 수원에서 새벽 6시30분에 출발했으니 꼬박 6시간 만이다. 강릉 정동진과 앞서 초곡과 장호항을 들러 허비한 시간이 2시간 남짓이니 바로 왔으면 4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임원항은 이(里)단위 치고는 포구의 규모가 큰 편이다.
 한때 울릉도를 연결했던 쾌속선이 운항했던 항이어서 그런지 방파제의 규모도 꽤 큰 편이다. 남단 방파제 끄트머리에는 하얀 등대가 꼿꼿이 서있다. 사나운 바다에 쫓긴 어선들이 넉넉히 이물을 들이밀만한 곳이다. 임원리 입구에는 회센터와 건어물시장이 2열종대로 서있다. 빨간 플라스틱통을 앞세운 회센터를 사열하다 보면 강원도 아줌마들의 '힘'을 느낄수 있다. 활어처럼 생명력 있는 목청에 이끌려 들어가면, 3명이 3만~4만원에 푸짐한 회를 즐길 수 있다.
 여정을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하룻밤 체류한다면, 20년 이상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