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도라산역 전경.
유난히 빨리 찾아온 봄이 벌써 개나리를 살살 흔들며 노오란 꽃을 피워내라고 안달이다. 스쳐가는 바람에서도 이제 따뜻한 봄기운이 묻어난다. 곧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훈훈한 봄기운은 나른하고 안락한 평화를 가져오는 법. 분단 52년동안 꽁꽁 얼어있던 분단의 상징 비무장지대(DMZ) 일대에도 이제 봄의 기운이 조금씩 움터 오르고 있다.
서울서 통일로와 자유로를 이용하면 불과 55㎞. 자동차로 한시간이면 넉넉하게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민간인 출입 통제선에 들어있는 파주시 군내면 도라산리는 반세기 넘게 '겨울'만 존재했던 분단의 상징적 장소다. 북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까. 이곳에는 매서운 임진강의 칼바람이 아직도 선뜩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찬바람 속에 서 있는 기분이 전같지 않은 것은 이곳에도 긴 겨울잠을 깨우는 훈훈한 바람이 남쪽에서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실향민을 비롯해 민간인 출입이 자유로운 임진각 망배단까지가 남측이 갈 수 있는 최종 종착지였지만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화해무드를 타고 이곳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철책이 가로막아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도라산역과 제3땅굴 일대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물결은 두줄로 길게 이어진 철로를 타고 왔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을 잇는 경의선 철도복원이 시작되면서 지난해 임진강역 역사 준공에 이어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남측 마지막 역사인 도라산역도 준공을 보았다. 봄바람을 전해줄 '봄의 전령의 집'이 찬바람을 몰아내며 우뚝 선 것이다.
시범운행을 위해 지난 12일 실향민등 700여명을 태운 경모열차가 52년만에 문산역을 떠나 비무장지대 철책선을 지나 13분여만에 도착한 도라산역은 북측과 직선거리로 불과 2.2㎞. 철책선을 넘어 눈앞에 펼쳐진 북측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이 최근 역사적 남북화해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던 이곳 도라산역 일대는 이제 국제적 안보관광단지로 조성된다.
파주시는 총사업비 41억원을 들여 도라산역과 제3땅굴 일대 1만7천200㎡를 한일월드컵 개최전까지 세계 유일의 안보전시장등 국제적 안보관광단지로 바꿔낸다는 계획이다.
우선 도라산역 부근인 제3땅굴에는 국내서 좀처럼 보기드문 안보영상 홍보관이 조성되며 이곳에 민족의 비극 등 생생한 안보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끝나지 않은 전쟁관'등 7개 영상홍보관이 들어선다. 북측이 남침용으로 만든 제3땅굴은 노약자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이 가능한 지하 300m를 연결하는 셔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월드컵 공을 연상케하는 화장실도 새롭게 꾸며진다. 이밖에 월드컵기간 동안 이곳을 방문할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양질의 상하수도 시설과 기념품판매점 녹지공간 휴게시설 등 이용객 편익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진다.
북녘땅을 최단 거리서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는 40평 규모의 망원경 전용시설을 조성해 민통선의 이모저모와 자연생태계 현장을 육안으로 직접 보도록 꾸며졌다. 특히 도라전망대 부근에 '녹슬은 기차' 등 남북분단 상징 조형물을 전시하는 한편 관광객 편익을 위한 휴게실등 다양한 시설물도 조성될 예정이다.
철저한 계획속에 이같은 관광특화사업을 펼친 파주시는 경의선 철도공사와 1번 국도를 연결하는 민북지역의 대규모 개발에 따라 서울 인천공항~자유로~통일동산~임진각관광지~제3땅굴~도라산역을 연결하는 평화생태 관광루트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또한 한해 평균 내·외국 관광객 200만명이 즐겨찾는 파주시에 새로운 민북지역 안보관광지만 조성되면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인 30만명, 내국인 270만명 등 총 310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을 틈타 파주시도 내·외국 관광객을 맞이할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과 지역농특산물 홍보 및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 대대적인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관광상품으로는 비무장지대 DMZ철조망, JSA 캐릭터, 파주 10경 병풍 등 파주시만의 독특한 상품을 임진각 등 안보관광단지에 진열하고 외국인의 대화소통을 위해 종합관광안내소에 영어·중국어·일어 통역관을 고정배치하는 한편 인터넷 무료 서비스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또 월드컵 개최 전까지 민북지역 안보전시장 현안등 시가지 주요 관광지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시 안내 관광책자 5만여부를 제작, 월드컵조직위·경기장·외국공관 등에 배포해 세계속에 파주시 홍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북지역을 새로운 안보관광지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파주시는 한일월드컵 개최 이전인 4월말까지 이같은 모든 계획을 마무리 짓고 지구상에 남은 유일분단 국가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는 복안이다.

◆ 도라산은?
비무장지대의 새로운 국제적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