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응원구호가 관중들과 한데 어우러져 하늘을 찌른다. 맨땅에 돌담을 쌓듯 정성껏 만든 돌좌석에는 온통 시뻘건 유니폼들이 계단을 이뤄 동작에 따라 출렁거린다.
붉은 유니폼들은 둥그런 공의 위치에 따라 탄성과 아쉬움, 분노, 감격 등 시시각각 원초적인 본능들을 자아낸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구릿빛 체구의 남자들이 리듬에 따라 거친 몸동작으로 골을 넣기위해 다양한 몸짓들을 창조해 낸다.
6일 오전 세계민속공연이 화려하게 펼져지고 있는 용인 한국민속촌대공연장에는 한국민속단원들이 오는 8, 9일 양일간 있을 공연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단원들의 움직임은 흡사 지난 4일 열린 한국팀이 폴란드를 상대로 풀스피드로 뛰어 1승을 챙기던 열정적인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해 내고 있었다.
2002한일월드컵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간에 민속촌에서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들이 나서는 세계민속축제경연한마당의 열기가 월드컵 열기 못지 않았다.
민속축제는 월드컵킥오프에 맞춰 지난 2일부터 펼쳐지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 하루 1∼2차례씩 있게될 공연이 단연 화젯거리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스페인, 세네갈, 슬로베니아, 미국, 터키, 코스타리카 등 소위 월드컵 본선에서도 16강에 오를 축구강자들의 공연이어서 축구못지 않은 자존심 경쟁이 무척 뜨겁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이틀후에 월드컵본선진출 48년만에 우리나라의 1승 제물이 됐던 폴란드의 즈브로이마치 공연단의 '부기 우기 버글보이'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폴란드공연단은 1940년대 군대식 복장을 하고 태평양전쟁 당시 근무했던 군인들을 생각하며 노고를 기리는 레퍼토리로 20여분간 공연을 펼쳐 내외국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주말에 펼쳐질 미국공연은 1950년대 유행한 페달퓨서라는 바지를 입고 로큰롤음악이 끼친 50년 역사를 춤과 노래로 보여줄 예정이어서 중장년층의 기대를 받고 있다.
개막전에서 세계 최강 프랑스를 격파하는 최대 이변을 낳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세네갈 공연도 관심폭발이다. 아프리카만이 갖는 각 지방의 제례관련 민속리듬과 무용 등을 선뵐 예정이어서 민속학자들이 벌써부터 자리예약에 나설 정도다.
또 슬로베니아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무용단체 프랑스 마롤이 나서 부자동네의 화려한 면에 초점을 맞춰 만든 무용을 선보이는데 알프스음악을 사용해 낯익다. 민속촌에서는 슬로베니아공연을 화려한 의상이 돋보여 개폐회식 공연으로 잡고 있는 등 흥겹고 전원적이고 지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코스타리카와 파라과이 공연도 평소 접하지 못한 탓인지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구전되어 오는 민요를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는데 원래의 음악과 가사를 사용함으로써 전통보존에 노력하고 도안과 그림도 사용해 예술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파라과이공연도 수금(하프)과 기타 등을 동원, 전통춤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민속촌 최종호관장은 “월드컵진출국가들의 민속공연은 축구못지않게 그 나라의 밑바닥을 아는 잣대가 되는등 교육효과도 커 학생등이 좌석을 예매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