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일 문화교류의 해'이다. 2002월드컵에 때맞춰 문화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공동개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 6월30일 월드컵 결승전을 통해 60억 지구촌 가족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본 요코하마(橫濱). 다가오는 휴가철에는 현대 일본의 역동성과 낭만, 이국적 풍물이 마음을 사로잡는 요코하마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본 노래가 금지됐던 시절에도 장년세대가 즐겨듣던 노래가 '브루라이토(Blue light) 요코하마'다. 일본인에게 요코하마는 마치 우리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목포의 눈물'처럼 항구도시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1859년 서구에 개항된 뒤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개항 전 모습을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바다를 끼고 형성된 요코하마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 일본 정서와 이국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요코하마로 가려면 하네다공항이나 신도쿄공항(나리타)을 통해 입국한다. 요코하마로 들어오면 수도 도쿄에 이어 일본 제2의 도시로서 미래상을 짐작할 수 있는 '미나토 미라이(未來港)21' 지구를 만난다. 지진이 잦아 고층건물 짓기 어려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나토 미라이에는 개성있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하다. 21세기 국제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요코하마의 의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랜드 마크(Land Mark)가 될 법한 건물들이 많이 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70층짜리 '랜드마크 타워'(296m)가 제 이름값을 한다. 요트의 돛 또는 사과 4분의1쪽을 연상시키는 '퍼시피코 요코하마', 3개 건물로 구성된 일본 최대급의 복합존(complex zone) '퀸 스퀘어'도 미나토 미라이의 상징이다. 이 지역에는 또 전망열차, 롤러코스터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놀이공원이 있어 밤이 되면 움직이는 야경을 연출하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미나토 미라이에서는 요코하마의 또 다른 상징 '베이 브릿지(Bay Bridge)'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관광객들이 붐비는데, 반대로 미나토 미라이와 베이 브릿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야마시타(山下)공원이다.

바다를 메워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야마시타공원은 연 관광객이 300만명에 이른다. 공원의 오른쪽으로는 베이 브릿지, 왼쪽으로는 미나토 미라이가 보이고 앞은 유람선이 오가는 바다, 뒤쪽으로는 마린 타워(106m)가 굽어보고 있다. 조용하고 쾌적한 데다 한아름이 넘는 늙은 나무들과 푸른 잔디, 꽃과 분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호텔들이 밀집해 있으며 고급 카페들도 운치를 더한다.

요코하마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야마시타공원의 또 하나 명소는 '히가와마루(氷川丸)호'. '태평양의 여왕'이라는 애칭으로 군림했다는 1만2천t급 호화 여객선이다. 1930년부터 30년 동안 요코하마와 미국 시애틀을 왕복운항하다 요코하마 개항 100주년을 맞아 공원 앞바다에 영구 정박한 뒤 레스토랑과 견학코스로 개방되고 있다. 요코하마에는 히가와마루 외에도 '태평양의 백조'로 불렸던 '니혼마루(日本丸)'가 있다. 이 배는 범선으로 1931년부터 1984년까지 항해하다가 요코하마역 부근 니혼마루 메모리얼 파크에 정박해 있다. 1년에 3번 하얀 돛을 펴는 이벤트를 갖는데 사진으로 봐도 백조처럼 매우 아름답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이 요긴하다. 요코하마에도 역시 시내에 미술관, 일본에 하나밖에 없다는 '실크박물관'(300여점의 누에와 실크제품 전시), 개항자료관, 개항 기념회관이 있다. 시내 곳곳에 박혀있는 이국적인 건물들도 볼거리다. 그리고 꼭 가봐야 할 곳이 동양 최대의 차이나 타운인 '주카가이(中華街)'다.

야마시타공원의 남쪽에 있는 주카가이는 중국 여러 지방의 요리를 두루 맛볼 수 있는 중화요리점이 밀집해 있고 요리 재료를 파는 곳, 중국 전통의상을 파는 곳 등 다양한 중국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주카가이의 상징은 전세계 차이나타운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식 문(門)들. 연평문(延平門) 지구문(地久門) 천장문(天長門) 현무문(玄武門) 등 8개의 문이 치솟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는 관제묘(關帝廟)도 구경할 만한데 입장료는 없다.

◆ 눈길끄는 명소 '인형의 집'

요코하마의 새로운 명소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형을 볼 수 있는 인형박물관 '요코하마 인형의 집(橫濱人形の家·Doll Museum)'이다.

야마시타 공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호텔가에 자리잡은 '인형의 집'(입장료 300엔)에는 세계 138개국 9천764점의 인형이 관람객을 맞는다. 지난 86년 문을 연 이후 청소년 등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인형을 좋아한 히데코 오노(1907~1977)라는 여성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인형이 주요 소장품이다.

'인형의 집'을 가보면 인형이 인류문화의 또다른 거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